단풍-이상국
단풍
나무는 할 말이 많은 것이다
그래서 잎잎이 마음을 담아내는 것이다
봄에 겨우 만났는데
가을에 헤어져야 하다니
슬픔으로 몸이 뜨거운 것이다
그래서 물감 같은 눈물을 뚝뚝 흘리며
계곡에 몸을 던지는 것이다.
―『뿔을 적시며』, 이상국, 창비(2012.02.20)
이상국의 「단풍」에 대한 답시 - 「계곡」
계곡
계곡은 할 말이 없는 것이다
그래서 너를 받아안는 것이다
봄에 만난 것이 어찌 겨우인가
가을까지 함께였으니 긴 여름이었다
이별로 몸이 시린 것이다
그래서 돌 사이로 흐르며
너의 붉은 마음을 씻어주는 것이다
네가 던진 몸은 내 안에서
다시 봄을 기다리는 씨앗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