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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경 Jul 26. 2024

엄마가 책을 읽기 시작했다

엄마가 책을 읽기 시작했다. 건강 프로그램 신봉자인 엄마가 치매예방에 책 필사가 좋다는 말을 들은 것이다. 며칠만 하고 끝날 줄 알았는데 몇 개월간 꽤 오래 지속되고 있는 엄마의 책 필사.


내 방 책꽂이에 있는 책들을 하나씩 가져가 읽고 “이 책은 결말이 너무 슬프더라 “, ”이 책은 감동이 어마어마하네!” 하는 엄마를 보며 드디어 엄마와 같은 취미를 공유할 수 있게 되었다는 기쁨에 신이 난 나는 엄마에게 책 한 권을 건넸다.


“엄마, 이 책 내가 진짜 좋아하는 책인데 엄마도 한 번 읽어봐! 읽다 별로면 바로 덮어도 돼!”


한 달쯤 지났을까. 이쯤 되면 다 읽었을 것 같은데 엄마가 아무 말이 없길래 물었다.

 “엄마 내가 저번에 추천한 책 다 읽었어?”


“아 그 책.. 엄마는 너무 어렵더라.. 어려운 단어들이 너무 많아서 무슨 뜻인지 잘 모르겠어. 그래서 진도가 잘 안 나가네.” 하며 시무룩한 표정을 지었다.


“네가 엄마한테 그 책을 추천해 준 데에는 다 이유가 있을 텐데.. 엄마가 이해를 잘 못해서 다 읽지도 못하고, 너랑 고차원적인 이야기를 못 나눠서 미안해.. “ 라며 책을 돌려줬다.


엄마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줄은 몰랐다. 나는 진짜 그런 생각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는데..


”아냐 엄마. 나도 이해 못 하는 책 엄청 많아! 그리고 재미없는 책은 원래 읽다 마는 거야! 재밌는 책, 좋아하는 책만 평생 읽어도 다 못 읽는걸. 나는 엄마랑 재밌게 읽은 책 얘기하는 게 더 좋아!“


엄마에게 밝게 대답했지만 속으로 다짐했다. 나는 절대 어려운 글 쓰지 말아야지. 엄마가 다 이해하고 알아들을 수 있는, 쉽고 친절하고 재미있고 감동적인 글을 써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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