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마다 부러워하는 삶의 모습은 다 다르다. 전 회사 상사는 여배우처럼 빛나는 외모와 어마어마한 재력을 부러워했고, 동료는 남들이 우러러보는 명예와 권력을 부러워했다. 나는 언제나 글 잘 쓰는 사람들이 부러웠다. 더 많은 돈, 더 높은 곳만을 우러러보는 그곳에서 나의 욕망은 시대 흐름에 맞지 않는, 괴짜 같은 것이었다.
좋아하는 것을 좋아하는 모습은 비슷하다.
머릿속에서 폭죽이 터지는 느낌.
피가 빠르게 도는 느낌.
그건 몸의 명령이다.
‘너 이거 해라.’ 거역할 수 없다.
- 우리는 순수한 것을 생각했다, 은유
글 쓸 때 뭐가 좋냐면, 글 쓰고 있는 나 그 자체다. 매일 똑같이 오는 도서관에 같은 자리를 잡고 앉아있지만, 나는 그냥 책 읽으러 온 사람이 아니라 글을 쓰러 온 사람이다. 지적 허영심 가득한 허세 덩어리라고 해도 할 말 없고, 사실 맞는 말이다. 나는 글 쓰는 내가 좋고, 드디어 글 쓰는 자아를 가진 내가 자랑스럽다.
글에 대한 내 열망을 비웃는 사람 하나 없는 안전한 나만의 공간에서 나는 매일 글쓰기를 한다. 내 생각이 활자가 되어 모니터 화면 안에 알맞게 딱 떨어질 때의 쾌감은 머릿속에서 폭죽이 터지는 듯하고, 타자가 점점 빨라지며 탄력 받은 손가락은 뜨거워진다. 이 좋은 걸 지금까지 왜 안 하고 살았지?
근데 그 좋은 게 매일 똑같이 좋지가 않은 게 문제다. 고작 두 달 써놓고서 슬럼프를 겪고 있는 요즘. 좀처럼 늘지 않는 필력과 편협한 사고에 좌절 중이다. 김겨울 작가는 “나의 못남을 조금 견뎌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 망할 못남의 구간을 견뎌야 하는데 그게 쉽지가 않다. 글에 대한 열망이고 뭐고 그냥 모른 척하고 싶고, 글 안 쓰던 때로 돌아가고 싶은 유혹이 자꾸만 생긴다.
어느 날은 “그래, 오늘은 하루 쉬자!”하고 안 썼더니 그건 또 그것대로 기분이 영 별로였다. 에휴. 어쩌겠나. 못난 글이라도 써야지. 내일은 오늘보단 좀 더 낫겠지 하는 마음으로 계속 쓰다 보면 언젠가는 필력이 내 욕망을 따라잡는 날이 오리라 믿는다. 뭐 안 와도 할 수 없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