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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엄마달 May 21. 2021

너는 참나무



아들의 학교 친구들을 만나면서 알게 된 사실

우리 아이 이름을 부르는 친구가 단 한명도 없었다

모두 도토리~ 도토링~ 하고 불렀다.

어쩌면 만나는 아이들이 다 그렇게 똑같이 부르는지  

내 마음이 속상해 괜찮냐고 물어봤더니

아들은 괜찮단다. 그 별명이 마음에 든단다

작은건 좋은거고, 그래서 자기가 가장 빠르다며 웃어 보인다


아들이 썼던 기도문

'학교에서 키가 작아서 친구들에게 놀림을 많이 받지만 포기하지 않고 훌륭한 사람이 되게 해주세요'


엄마는 너의 마음이 온전히 좋은 건 아니라는 걸 안다

늘 어릴 때 부터 작았던 아이. 학교에 가서도 반에서 가장 작은 건 여전하다

이번에 제비뽑기로 맨 뒷자리에 앉게 되어서 칠판이 안보일 때가 있다 하여 안쓰러웠는데

상담 때 선생님은  맨 뒤에서도 눈을 반짝반짝 하며 가장 집중하며 자기를 바라보는 아이라고 하셨다


혼자 욕조 물속에서 목이 터져라 노래를 부른다

학교에서 배운 노래라는데 친구들이 모두 이거 너 노래네~ 했다면서

엄마 이거 진짜 내 노래야!

같은 노래를 집이 쩌렁쩌렁 하도록 무한반복 해서 부르는데

어린아이의 소울과 가사에 내 마음이 괜히 부풀고 벅차오른다


우리 아들 지금은 작고 귀여운 도토리지만

마음만은 이미 커다란 참나무 같음을

너는 커다랗고 푸르른 참나무 품은 도토리.




< 도토리의 꿈 >

아름다운 숲 속에 작고 예쁜 도토리
풀잎에 가려서 보이지 않지만

바람에 실려오는 산 새 노래에

멋진 참나무 되는 꿈을 꾼 다네

저 하늘 날다가 쉬고 싶을 때면

커다란 가지도 내어 주고

시원한 나뭇잎 그늘 만들어

마음껏 노래하게 해

도토리의 작은 꿈 아름다워서

내 마음까지 행복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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