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ctures at an Exhibition / Mussorgsky
선율보다 강렬한 색채, 원작보다 뛰어난 편곡.
전람회의 그림Pictures at an Exhibition을 둘러싼 이야기를 읽다 보면 천재들 사이의 공개적인 대화를 듣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지적이면서 유머러스하고 풍자와 기교를 듬뿍 넣은 한 편의 잘 만들어진 이 대화록은 무소르그스키Modest Petrowitsch Mussorgsky가 시작해서 모리스 라벨Maurice Ravel이 화답한 전람회의 그림의 30분짜리 선물세트다.
이 곡이 주는 음향적 영감은 많은 작곡가들로 하여금 오케스트레이션의 욕구를 발산하도록 부추겼고, 미하일 투시말로프, 헨리 우드, 레오 푼텍, 레오폴드 스토코프스키, 블라디미르 아시케나지, 그리고 모리스 라벨과 나오우모프까지 오케스트라 버전으로 편곡했다.
피아노곡으로 만들어진 이 곡을 들어보면 대체 무소르그스키라는 사람의 머릿속에서 어떤 음향이 떠올랐다가 사라졌는지 궁금하기 그지없다. 피아노곡을 이런 식으로 쓴다는 것 자체가 무소르그스키가 아니면 불가능해보이기까지한다.
그런데 라벨의 오케스트라버전을 들어보면 한마디로 깜짝놀랄만한 변형을 만나게 된다. 그런이유때문에 기절초풍할만한 이 편곡은 원곡보다 유명하다. 평론가들이 이 편곡을 '마법'이라고 부른 게 과장이 아니다.
위의 그림은 빅토르 하르트만Victor Alexandrovich Hartmann의 작품이다. 전람회의 그림이 작곡된 배경으로 알려진 하르트만의 유작 가운데 대중적으로 가장 많이 알려진 그림이다. 전람회의 그림 10곡 가운데 제5곡 껍질을 덜 벗은 햇병아리들의 발레Ballet of unhatched fledglings의 해당 그림이다.
악기든 물건이든 누가 사용하느냐에 따라, 혹은 어떻게 사용하는가에 따라 그야말로 하늘과 땅만큼의 차이를 갖는다.
그리고 남들과 너무나 다르며 뛰어난 완성도를 갖춘 천재의 음악은 거기서 다른 차원의 문을 연다. 무소르그스키가 만들어 낸 이 새로운 차원에서 우리는 그림의 감동, 화가에 대한 애정, 피아노라는 악기의 한계를 넘어선 새로운 소리의 세계를 만나게 된다.
그리고 한 번 더, 소재에 옷을 입히고 또 다른 차원으로 안내하는 라벨의 세계에서 인간의 모든 감각을 자극하고 우주로 떠나는 무소르그스키의 영혼과 조우하게 된다.
•첫 번 영상은 예프게니 키신Evgeny Kissin의 원곡 연주다. 피아노 곡이지만 앞서 언급한 대로 마치 오케스트라의 음향을 듣는 것 같다.
•두 번째 영상은 구스타보 두다멜Gustavo Adolfo Dudamel Ramírez이 지휘하는 시몬 볼리바르 심포니 오케스트라Simon Bolivar Symphony Orchestra의 연주. 발췌곡으로 연주시간이 9분이 조금 넘는다. 두다멜의 춤추는 것 같은 열정적인 지휘와 함께 심장을 뛰게 만드는 드라마틱한 연주다.
•마지막 영상은 게오르그 솔티George Solti가 지휘하는 시카고 심포니 오케스트라Chicago Symphony Orchestra의 연주다. 솔티가 직접 피아노를 연주하며 해설을 하는 모습과 연습장면이 영상 앞쪽에 25분가량 연결되어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