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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람 Mar 03. 2016

화려한 색채, 눈으로 보는 음악, 라벨-볼레로

볼레로 Bolero / Maurice Joseph Ravel

색채color-色彩,
소리를 통해 색을 본다.

음악을 듣다가 청각적인 경험이 아닌 시각적인 경험을 하는 건 누구나 가끔 겪는 일이다.

확실하게 직접적인 시각 경험을 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보통은 '마치 색깔을 보는 듯한 느낌'을 경험하게 된다.

인상파 음악가들은 이런 경향에 집중한 사람들인 것 같다.

드뷔시Claude Debussy의 음악을 들어보면 마치 물을 잔뜩 뿌려놓은 거대한 종이 캔버스에 수채화 물감으로 그림을 그리고 있는 것 같은 감각적 경험을 하게 된다. 드뷔시에 비하면 라벨Maurice Joseph Ravel은 상대적으로 고전주의 음악에 가까운 것 같다. 멜로디가 선명하게 들려서일까? 재미있는 건 인상주의적 색채감과 고전주의적인 방식이 라벨의 음악을 대중적으로 만들어 준다는 점이다.

덕분에 라벨의 볼레로Bolero죽은 황녀를 위한 파반느Pavane pour une infante défunte와 함께 대중들이 많이 아는 클래식 음악 목록 상단에 위치하고 있다.


라벨의 볼레로가 춤곡이라는 건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겠지만, 실제로 이 음악이 춤을 추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졌다는 데까지 생각이 간 사람은 별로 없을 것 같다. 대체로 클래식 음악은 감상을 목적으로 듣게 되기 때문이겠지만, 라벨의 볼레로에 안무 된 춤을 보는 건 그야말로 색채와 움직임의 폭발적인 만남의 순간을 함께하는 것이라고 할 만하다.

169번이나 반복되는 단순한 선율과 리듬,

한순간도 멈추지 않는 스네어드럼의 끊임없는 연주,

계속 쌓이고 발전하는 구조,

절정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하게 만들어 놓고는 끝내 폭발해버리는 격정,


부드러워 보이지만 실제로는 불같은 열정을 품고 사는 프랑스 사람들의 특성을 그대로 담고 있는 것 같은 이 음악은, 듣는 것만으로도 화려한 색채의 움직임을 그대로 느끼게 한다.


모리스 베자르Maurice Bejart의 안무로 보고 듣는 무대다. 파리 국립 오페라 하우스Opéra National de Paris의 오케스트라와 발레단의 공연.

https://youtu.be/zc_8P4FlDc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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