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차원으로의 여행 / 클레멘스 쿠비
영혼이 말을 걸어온다면, 귀 기울여 듣게 될까?
누군가 내게 말을 걸어온다.
그게 누군지 나는 알 수 없다.
그 사람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때론 그 목소리의 주인공이 바로 나 자신이라고 확신할 때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나는 그 목소리를 무시한다. 그 목소리는 생각보다 자주 들린다. 그리고 어떤 경우엔 그 목소리 때문에 혼란스러워지기도 한다.'내'가 가려는 방향과 다른 방향으로 가라고 속삭일 때가 그렇다.
대체 거기로 가려는 내가 진짜 나라면 이 속삭이는 목소리는 누굴까?
클레멘스 쿠비Clemens Kuby는 그 목소리가 하는 말에 귀를 기울였다.
물론 그전에는 그 역시 무시했던 목소리였지만, 치명적인 사고와 연결된 비극적인 상황에서 들리는 목소리를 무시하기는 어려웠을 것 같다.
독일의 다큐멘터리 영화감독인 클레멘스 쿠비는
"어느 춥고 비 오는 밤 새벽 3시 20분, 15미터 높이의 다락방 스튜디오 창에서 아스팔트 바닥으로 굴러 떨어졌다"
그리고 그 사고로 하반신 마비가 된다.
그는 의사로부터 하반신 마비라는 이야기를 듣는 순간 '침착해! 두려워하지 마!'라고 외치는 소리를 들었다. 그리고 그 소리가 자신의 영혼의 목소리라고 확신한다. 독일 사람답게 논리적으로 확신한다.
그 목소리를 따르며, (자신의 영혼이 하는 이야기를 따른다는 건 참 이상한 말이다. 그걸 따르는 건 누굴까?) 쿠비는 평생 마비된 채 살아야 한다는 의사들의 선고를 믿지 않고 조금씩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의사들은) 독일에 사는 사람 가운데 15만 명이 휠체어를 타는 인생이라는 등의 얘기를 내게 했다. 나는 그 말을 주의 깊게 듣지 않았다. 내 영혼은 그런 일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나에게는 훨씬 더 중요한 할 일이 있었다.
물론 클레멘스 쿠비는 다시 움직일 수 있게 회복된다. 그건 의사들을 깜짝 놀라게 할 만한 기적 같은 일이었다. 그리고 클레멘스는 자신을 깨우고 회복시킨 '영혼'을 알기 위한 여정을 시작한다.
티베트와 인도는 물론 필리핀과 한국, 그리고 미국을 포함해서 전 세계를 돌아다닌다. '심령'과 '영혼'이라는 소재를 다루는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서다.
때로는 달라이라마처럼 현실을 진정으로 '초월한' 인물을 만나기도 하지만 때론 자신을 신으로 만드는 사람도 만나고, 필리핀에서는 절박한 사람들에게 돈을 뜯어내는 사기꾼도 만난다.
그 과정에서 쿠비는 개인이 갖는 믿음이라는 의식의 작용에 주목했다. 상대가 달라이라마든, 트릭을 쓰는 치유사든 상관없이 '나'의 의식이 그 대상을 믿는가에 따라 결과가 결정된다고 해석했다. 그리고 거기서 치유의 기적이 일어난다.
그렇다면 믿음은 의식의 작용일까? 아니면 영혼의 작용일까?
인류에게 영원한 숙제가 될 영혼의 문제,
그 답은 어쩌면 이미 우리 모두 알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이 책은 2002년에 독일에서 개봉한 영화 '다음 차원으로 가는 여행Unterwegs in die nächste Dimension'의 취재 여정과 전후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나는 사람들이 샤머니즘을 신비화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샤머니즘적 요소는 모든 인간이 갖고 있으며 전혀 이국적인 것이 아니다. 그저 인간 두뇌의 기능 방식 중 하나다.
우리의 두뇌는 현실과 허구를 구별하지 않으며 구별할 수도 없다. 현실이란 정말인 그 무엇이 아니라 효과를 나타내는 그 무엇이다.
허구적인 것은 심지어 진짜보다 더 강한 효과를 나타내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