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Wunderschönen Monat Mai / R. Schumann
인간이 있는 곳이라면 사랑은 어디에나 넘쳐난다. 기록된 역사는 물론이고 문명이 발달하기 이전에도 인간은 사랑했고, 사랑으로 고통받았다.
단순히 종족을 보존하기 위한 본능이라고 하기엔, 인간의 사랑은 너무 거대한 명제다. 게다가 사랑 안에는 사랑만큼의 고통이 항상 그림자처럼 떨어질 줄 모르고 따라다닌다. 이런 사실을 깨닫지 못한 사람에게도, 분명히 그걸 알고 있는 사람에게도, 사랑은 공평하게 잔인하다.
그래서, 사랑이 크면 그만큼 고통도 큰 걸까?
역사에 기록될 만큼 극적인 사랑을 한 사람들은 역시 그만큼의 고통을 지난후에야 결말에 도착한다.
과연 그럴 가치가 있는 걸까?
사랑이 단지 본능에 불과하다면 이런 예들은 도무지 이해하기 어렵다.
만일 내게도 그런 커다란 질량의 사랑이 다가온다면? 길고 긴 고통의 시간을 견디고 한 사람을 사랑할만한 용기가, 혹은 끈기가 있을지 알 수 없다.
스승의 딸 클라라Clara와 결혼하기 위해 법정까지 가야만 했던 작곡가 슈만Robert Schumann에게, 하인리히 하이네Heinrich Heine의 '노래의 책Buch der Lieder' 가운데 '서정적 간주곡' 부분은 공감하고도 남을 작품이었다. 하이네는 이 작품에 자신의 사촌 동생과의 이루지 못한 사랑에 대한 고통을 그대로 썼다.
연가곡집 시인의 사랑Dichterliebe, Op.48의 첫 곡 아름다운 5월에Im Wunderschönen Monat Mai에서는 이 힘들고 아름다운 사랑이 막 시작되고 있다. 아름다운 선율 속에는 이루어지지 못할 것을 미리 예상이라도 한 듯 미묘한 슬픔이 담겨있다.
역사적인 리트 가수 디트리히 피셔 디스카우Dietrich Fischer-Dieskau의 영향 때문인지도 모르지만, 독일 가곡은 대체로 바리톤이 주도하는 느낌이 강하다. 그리고 역시 대체로 바리톤이 연주하는 리트가 적절하다는 느낌이 드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런 사랑의 노래는, 젊은 남성의 목소리-테너의 연주로 듣는 게 훨씬 공감이 간다.
•프리츠 분더리히Fritz Wunderlich, 1930년 9월 26일 ~1966년 9월 17일, 36세
테너 프리츠 분더리히는 50년 전, 36세의 나이에 사고로 죽고 만다. 한 고성의 돌계단에서 굴러떨어지는 사고였다. 아버지 없이 홀어머니와 성장한 그는 경제공황 시절 빵집에서 일하다 이웃의 권유로 성악을 시작했다고 한다.
지휘자였던 아버지는 경제공황 이후 나치가 집권하고 나서 그를 시기하던 사람들의 모함으로 일자리를 잃게 된다. 살길을 찾기 어려웠던 그의 아버지는 사랑하는 아내와 남매를 남겨두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프리츠 분더리히가 5살 때였다. 그에겐 고통의 터널이 견디기 힘들었던 것 같다.
경제적으로 힘든 어린 시절을 지나 성악가로 성장한 프리츠 분더리히는 오케스트라 하프 연주자였던 아내와 사랑에 빠져 결혼한다. 하지만 미국 메트로폴리탄 오페라Metropolitan Opera와 계약을 하고 나서 얼마후, 그는 너무나 사랑했던 아내와 3남매를 남겨두고 그만 사고로 세상을 떠난다. 성악가로서 인생 최고의 정점에 올라서자마자 모든 무대에서 갑자기 사라진 것이다.
허망한 죽음이었다. 사랑도, 사랑에 대한 열정도 그의 목숨을 구하지 못한 셈이다.
죽어서 전설이 된 그의 목소리는 한 번 들으면 절대로 잊을 수 없는 매력이 있다.
그런 이유 때문일까? 지금도 그의 목소리를 사랑하는 팬들은 점점 많아지고 있다.
Im wunderschönen Monat Mai,
Als alle Knospen sprangen,
Da ist in meinem Herzen
Die Liebe aufgegangen.
Im wunderschönen Monat Mai,
Als alle Vögel sangen,
Da hab' ich ihr gestanden
Mein Sehnen und Verlangen.
아름다운 5월에,
모든 꽃봉오리들이 피어날 때
내 마음에도
사랑의 꽃이 피어났네
아름다운 5월에,
모든 새들이 노래할 때
나도 그 사람에게 고백했네
내 그리움과 갈망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