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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람 Aug 31. 2016

물과 기름, 그들의 불타는 사랑

Habanera / Opera, Carmen

강물의 흐름은 멀리서는 보이지 않는다. 흐름이 보이지 않는 강물은 거대한 하나의 물 덩어리와 같다. 모든 강물이 마찬가지다. 상류에서 떠밀려 내려온 물이 모이고, 모인 물줄기가 커지면서 다시 떠밀려 내려간다. 어떤 측면에서 보면, 이를테면 하나의 물방울의 입장에서, 강물의 흐름은 사실 흐름이라고 부를 수도 없다. 중력과 관성의 작용일 뿐, 그건 알 수 없는 누군가에 의해 떠밀려가는, 어찌 보면 뿌리를 알 수 없는 인생과 같은 모습이다. 인생 역시 그 흐름은 멀리서는 보이지 않는다.


그 강물에 기름이 스며든다. 누가 봐도 부자연스러운 이 조합은 불길한 사건의 전조를 느끼게 한다. 거기에 불꽃이 존재하지만 않는다면, 기름은 물 위를 떠돌다가 희석되어 사라지게 될 운명이다. 하지만, 숙명처럼 불꽃이 일어난다. 그리고 흐르는 강물에 불이 붙는다. 순식간에, 강물 위로 좀처럼 꺼지지 않는 거대한 불길이 만들어진다. 


누군가 시간은 인간이 만들어 낸 관념에 불과하다고 했다. 시간이란 공간의 연속성에 지나지 않는다고. 그게 시간의 흐름과는 어떤 다른 의미를 갖고 있는지, 불타오르는 강물에겐 공허한 명제일 뿐이다. 시간과 함께 불은 사그라든다. 시간과 함께 기름은 타 버리고, 결국 불은 시간과 함께 사라진다. 거기엔 불타고 난 물만 남는다. 질량이 줄어든 소량의 물. 떠밀려 온 상류의 존재와 아직 떠밀려가지 않은 채 남아있는 불을 경험한 존재가 섞인 채로. 관념이 만들어 낸 시간이 뒤섞여버리고, 축소되었다가, 아주 느리게 회복된다. 이미 시간은 상처 입었고, 연속된 공간이 창조되면서 과거의 일들은 불타버린 물처럼 증발해서 사라지고 만다. 그건 돌이킬 수 없는 변화다.


물과 기름. 카르멘Carmen호세Jose는 그런 사람들이다. 액체라는 공통점만 빼고 나면 닮은 구석도 비슷한 면도 전혀 찾을 수 없는 이질적인 존재. 하지만, 섞이기 어려운 이들이 일단 섞이면 둘은 구분하기조차 어려워진다. 그리고 한 번의 불꽃으로 둘은 완전히 타버릴 때까지 꺼지지 않는다. 그렇게 두 사람이 만들어낸 불은 사라진다. 소량의 물과 화학적인 변화를 거친 기름의 흔적을 남기고.


카르멘과 호세가 만난다. 첫 만남은 어색하다. 담배공장의 말썽 많은 집시Gypsy 여공과 주변을 경계하는 군인의 신분이 두 사람을 물과 기름만큼이나 달라 보이게 만든다. 모든 남성들이 카르멘의 손길을 원하는 그 거리에서 카르멘의 아바네라Habanera는 사랑을 노래한다. 한 송이 꽃을 손에 들고, 카르멘은 노골적으로 호세에게 다가간다. 그게 진심인지 아닌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리고 마치 예언처럼, 사랑의 아바네라를 마친 카르멘은 그 꽃을 호세에게 던져버린다. 무관심하고 무뚝뚝해 보이던 호세는 모두가 거리를 떠난 뒤, 땅에 떨어진 꽃을 주워 소중히 간직한다.


두 사람을 활활 태워버릴 첫 번째 불꽃은 그렇게 일어난다.

Maria Ewing
Elina Garanca / Metropolitan Opera

L'amour est un oiseau rebelle
que nul ne peut apprivoiser,
et c'est bien en vain qu'on l'appelle
s'il lui convient de refuser.
Rien n'y fait, menace ou prière,
l'un parle bien, l'autre se tait
et c'est l'autre que je préfère
il n'a rien dit, mais il me plaît.
L'amour.... L'amour... L'amour...
L'amour est enfant de bohème
il n'a jamais connu de loi
Si tu ne m'aimes pas, je t'amie
Si je t'aime, prends garde à toi.
Si tu ne m'aimes pas, je t'amie
Si je t'aime, prends garde à toi.
mais si je taime, si je t'aime, 
prends garde à toi
L'oiseau que tu croyais surprendre
battit de l'aile et s'envola
l'amour est loin, tu peux l'attendre
tu ne l'attends plus, il est là
Tout autour de toi vite, vite
il vient, s'en va, puis il revient
tu crois le tenir, il t'évite
tu crois l'éviter, il te tient
L'amour.... L'amour... L'amour...
L'amour est enfant de bohème
il n'a jamais connu de loi
Si tu ne m'aimes pas, je t'amie
Si je t'aime, prends garde à toi.
Si tu ne m'aimes pas, je t'amie
Si je t'aime, prends garde à toi.
mais si je taime, si je t'aime, 
prends garde à toi
Si tu ne m'aimes pas, je t'amie
Si je t'aime, prends garde à toi.
mais si je taime, si je t'aime, 
prends garde à toi


사랑은 누구도 길들일 수 없는 반항하는 새

불러봤자 아무 소용이 없어


누군가 거절해야 한다면

협박을 하거나 애원을 해도 소용이 없어


어떤 사람은 말을 잘하지만, 어떤 사람은 과묵하지

나는 과묵한 쪽이 좋아


아무 말도 하지 않지만 내 맘에 들지

사랑, 사랑, 사랑이여


사랑은 집시 아이

그는 절대로, 절대로, 어떻게 하는지 몰라


당신이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면

내가 당신을 사랑하게 될 거야

내가 당신을 사랑한다면, 나를 조심해


당신이 잡을 수 있다고 믿는 새는

날개짓을 하며 날아가 버릴 거야


사랑은 멀리 있고, 당신은 그것을 기다릴 수 있지

당신이 더이상 기다릴 수 없다면, 사랑은 거기에 있을 거야


모두 당신 주위에 있어, 빨리, 빨리

사랑은 왔다가 가지만, 또다시 올 거야


당신이 잡을 수 있다고 믿으면, 사랑은 당신을 피하지

당신이 피할 수 있다고 믿으면, 사랑은 당신을 꽉 붙들지

사랑, 사랑, 사랑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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