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맘마미아 Mamma Mia
직역하면 '내 엄마'가 된다. 주로 감탄사로 쓰인다. 그러면 '어머나'가 될까? 아니면 '엄마야'가 될까?
원래 뜻과는 상관없이, 미국 사람들이 '오 마이 갓Oh my God'을 사용하듯이 이태리 사람들이 사용하는 그런 말이다. 상황에 따라서 달라지겠지만 대체로 비슷한 용도라고 보면 되겠다.
맘마미아라는 말이 지금처럼 널리 알려진 건 역시 노래 덕분이다.
1970년대, 전 세계를 정복했던 스웨덴 그룹 아바ABBA의 대표 히트곡 가운데 하나이기 때문이다.
사실 아바의 노래는 히트하지 않은 게 없다. 그래서 히트곡 가운데 하나라는 표현이 왠지 어색하다. 그냥 '그들의 노래 가운데 하나다'라고 하는 게 더 어울린다.
아바의 음반판매량은 3억~3억 7천만 장으로 추정되고 있다. 2012년에 발표한 역대 누적 음반판매량 TOP10에는 머라이어 캐리Maria Carey와 마돈나Madonna를 제치고 4위에 기록된다. 물론 다른 사업에서 성공하기도 했지만, 아바는 스웨덴 국왕보다 더 재산이 많은 걸로도 유명하다.
'1970년대'와 '그룹 아바'를 가슴에 품고 성장한 사람들이 90년대 문화계의 주류가 되면서 뮤지컬 맘마미아를 만들어 낸다.
맘마미아의 프로듀서로 잘 알려진 쥬디 크레이머Judy Craymer는 1977년에 길드홀 음악학교를 졸업했다. 아바세대인 그녀를 중심으로 동갑내기 여성 2명이 대본을 쓰고 연출을 해서 1994년 뮤지컬 맘마미아를 만든다. 그리고 1999년에 웨스트엔드에 데뷔한다. 전 세계 4천5백만 명이 관람하고 20억 달러 이상의 수익을 올렸다.
우리는 이렇게 두 번째 버전으로 아바의 음악을 만나게 된다.
그들의 노래만큼이나 세계적인 히트를 기록한 이 뮤지컬은 10년 정도의 시간이 흐른 뒤인 2008년 영화로 만들어진다. 아바의 세 번째 버전이 되는 셈이다.
뮤지컬을 만들었던 3명의 여성이 영화까지 함께했다. 영화가 뮤지컬 무대와 비슷한 건 아마도 이런 이유 때문이었을 것이다.
개봉 당시 기록을 보면 13개국에서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하고 5억 8천만 달러의 수익을 거둔다. 8천억 원이 넘는 돈이다. 맘마미아!
이 영화는 제작 당시부터 큰 화제가 된다. 아바의 음악, 성공한 뮤지컬, 초호화 캐스팅, 거기다 메릴 스트립Meryl Streep이 노래를 한다는 것도 흥밋거리였다.
아만다 사이프리드Amanda Seyfried는 이 영화로 스타덤에 올라 그 이후 할리우드의 주역 배우로 거듭나게 된다. 콜린 퍼스Colin Firth가 기타를 치며 노래하는 장면에선 그의 아름다운 목소리에 관객들이 모두 깜짝 놀란다. 노래는 많이 부족하지만 연기가 충분히 커버해준 피어스 브로스넌Pierce Brosnan까지 정말 화려한 캐스팅이었다.
메릴 스트립은 사전 녹음 작업에서 단 한 번의 테이크로 녹음을 마쳤다고 한다. 프로다운 철저한 준비 덕분이었다는 얘기다. 노래를 하는 그녀의 목소리는 가수로서는 그렇게 아름답지만은 않았다. 하지만 모든 솔로곡에서 메릴 스트립은 마치 자신의 이야기를 하듯 노래했다. 과장도 없었고 부족함도 없었다.
영화 속에는 피아노를 치는 뚱뚱한 남자가 몇 번 등장하는 데, 이 사람이 아바의 베뉘 안데르손Benny Anderson이다. 영화의 마지막에 크레딧이 올라갈 때 그리스 신으로 분장한 남자가 나오는데, 역시 아바의 멤버인 비외른 울바에우스Björn Ulvaeus다. 두 사람은 영화의 음악 감독 역할을 한 것으로도 화제가 됐다. 두 사람의 이름은 톰 행크스Tom Hanks와 함께 이 영화의 제작자로 한 번 더 볼 수가 있다.
이 영화의 원전이 된 뮤지컬의 내용은 히트곡 맘마미아의 가사내용처럼, 헤어졌지만 당신을 그리워한다는, 그리고 안녕이라는 게 영원한 안녕을 뜻한 건 아니었다는, 그리고 이제 절대로 당신을 놔 줄 수 없다는, 이런 간단한 에피소드에서 출발한다. 아바의 수많은 노래들을 모아놓고 이렇게 재미있는 이야기를 엮어낸 작가의 역량이 대단하다.
우리나라에서도 맘마미아의 히트 이후에 7080음악들을 엮어서 뮤지컬을 만드는 시도가 많았다. 하지만 스토리텔링은 안타깝게도 수준 이하였다. 뻔한 이야기와 뻔한 인물들이 귀에 익숙한 추억의 노래를 부르는 게 오히려 거북했을 정도였다.
맘마미아의 스토리텔링은 아바의 음악을 가장 빛나게 만들어준 일등공신이라고 할 만하다.
아빠가 누군지 헷갈리는 상황 속에서, 결혼식에 3명의 아빠 후보를 모두 초대하는 당돌한 딸. 이런 당황스런 상황에서도 심각해지지 않는 건, 어쩌면 아바의 음악이 가진 분위기 덕분일지도 모른다.
아바의 분위기는 인생을 가볍게 생각하는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인상을 쓰고 심각해지지는 않는다.
어떤 상황에서도 우울하지 않은 아바의 음악. 북유럽 사람들의 정서 같지 않은 그들의 음악은 40년 전이나 지금이나 인류를 리드미컬하게 만드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