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하는 커리어와 회사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다를 때 동기부여
구성원이 원하는 커리어 Path와 현실적인 역량이나 스킬을 생각했을 때 가능한 이동, 경력 관리 사이에 갭이 있는 경우 커리어 코칭 및 동기부여가 어렵습니다. 이럴 경우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 사연을 듣고 저의 맨 첫 회사 팀장님이 생각났습니다. 제 첫 직장은 현대카드였는데요, 그때 팀장님이 저에게 ‘강의를 하면 참 잘할 것 같다’ 하셨어요. 사내 강사 같은걸 좀 해보면 어떻겠냐 하시면서요. 저는 이 말을 귓등으로 들어 넘겼습니다. 그때 제가 하고 싶은 일은 따로 있었거든요. 그런데 결과적으로 저는 많은 분들을 만나고 강의를 하는 일응 합니다. 제 일은, 수많은 분들의 일 고민을 마주하며 솔루션을 드리는 일을 강연이나 워크샵, 1:1로 풀어내는 일입니다. 그때 제가 부서장님의 말씀을 좀 새겨들었으면 제 적성에 맞는 일을 더 빨리 시작하게 됐을지도 모르겠어요.
그런데 제가 왜 부서장님 말씀을 안들었을까 회고해보면, 그 당시 부서장님이 저에게 어떤 이유로 제가 그 일을 잘할 수 있을 것 같은지, 반대로 어떤 이유로 제가 하려는 일은 잘 맞지 않을 것 같은지 구체적으로 말씀해주시지 않았다는 핑계를 대봅니다. 물론, 일의 경험이 누적된 직관은 무시 못하죠. 근데 저는 이걸 지금은 알고 그땐 몰랐거든요.
커리어 액셀러레이터로 일하며 저도 고민 보내주신 리더님과 비슷한 경우를 많이 겪습니다. 저를 찾는 분들은 본인의 돈과 시간을 내서 일 고민을 해결하고 싶어하는 분들이 많은데, 애플이나 구글 등의 글로벌 IT기업 혹은 토스나 당근마켓 등 혁신을 키워드로 빠르게 성장하는 기업들, 이외 스타트업에서 일하고 싶다고 하는 경우가 종종 있어요. 공공기관에서 오래 일하다 갑자기 변호사나 한의사는 어떻겠냐, 혹은 스타트업으로 이직하고 싶다며 갈피를 못잡고 고민하는 A도 있었고, 통신 대기업에 다니다 애플로 이직하고 싶다고 하는 10년차 B도 있었고, 대행사에서 마케터로 일하며 주어진 일을 잘해온 분은 F&B 비즈니스를 하는 곳 중 굉장히 트렌디하고 힙한 회사로 이직하고 싶다고 하는 C도 있었고, 공기업에서 한글 파일과 씨름하며 일하다 노션과 아사나로 일하며 빠른 속도로 돌아가는 스타트업으로 이직하고 싶다는 D도 있었습니다. 본인의 역량과 스킬, Fit을 고려했을 때 적합하지 않은 곳을 이상향으로 두고 있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요.
그럼에도 저는 진짜 이분이 그 일을 할수 있는지 없는지 함부로 단정내릴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그 일을 해본것도 아니고, 세상에 100%는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무엇보다, 지금 당장 눈에 보이지 않는 잠재력이 있을 수도 있으니까요.
저만 해도 그렇습니다. 자본시장에서 일하던 제가 지금의 일, 커리어 액셀러레이터 일을 시작할 때만해도 저는 이 일을 할만큼의 충분한 지식이나 경험을 갖고 있지 못했어요. 주변에서는 다 잘할 수 있겠냐며 말렸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진짜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인가, 저의 방향을 끊임없이 고민하며 설정하고, 이 일에 필요한 역량이나 스킬은 무엇인가 파고 파고 또 파면서 제 일에 필요한 일 경험을 쌓으며 지금까지 해오게 된 것이거든요. 그래서 저는, 우리가 누군가의 잠재력에 대해 함부로 판단하거나 재단하면 안된다고 생각하긴 합니다.
한편, 뭔가 하고 싶다는 마음은 소중한 것이고 좋은거니까요. 그 마음을 응원하는 마음이 먼저라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리더로서 ‘내가 봤을 때 너 그거 하기 어려워’ 하기 보다, ‘네가 정말 하고 싶다면 어떻게든 해볼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자, 그런데 진짜 네가 그 일을 할 작정이라면 현실적으로 생각해봐야 할 것들이 많다’고 조언하며 그 길목에 필요한 질문들을 건내면 좋지 않을까요. 너무 허황된 이상을 쫓지는 않도록 현실에 발을 딱 붙이고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지 가이드한다고 생각하면서요.
저는 아래의 질문들을 통해 자기객관화를 돕고자 합니다. 질문에 답하며 자신의 답을 스스로 듣도록 하는 일은 스스로 ‘선택'할 수 있도록 넛지를 제공하는 행동이기도 한데요. 이 과정을 거치다보면 리더분이 ‘그게 될 것 같다 안될 것 같다’ 말할 필요도 없이 본인이 알게 됩니다. 한편, 함께 일하는 동료의 진짜 속마음을 아는 것, 그 마음을 알려고 하는 것 자체가 신뢰를 만들어가는 첫걸음이 되기도 하고요.
1. 내 일의 목표는 무엇인가? 아무 제약 조건도 없다면 무엇을 제일 하고 싶은가? 이유는?
2. 그 과정에서, 지금 내가 하고 싶다고 생각하는 일은 미래의 내 방향성에 어떻게 도움이 될 수 있을까?
3. 본인이 잘한다고 생각하는 일은 무엇인가? 이유는?
위의 2번에 대해 주변 동료들에게도 피드백을 받아본다면? 그들이 본 나의 강점과 약점은 무엇인지, 내가 생각하는 것과 다른 점이 있는지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함
4. 내가 하고 싶다고 생각하는 일을 아주 구체적으로 알아본다면, 그 일을 잘하기 위해 필요한 역량, 스킬은 무엇이라 생각하나?
5. 내가 해온 일, 강점등은 내가 하고자 하는 일에 어떻게 연결될까? 어떻게 활용될 수 있을까?
좀 더 솔직하게, 그들은 어떤 사람들과 함께 일하고 싶어할까? 나는 그들이 원하는 인재일까? 그렇다면, 혹은 아니라면 이유는 무엇인가?
6. 이를 파악하기 위해 내가 실제로 해본 것은 무엇인가?
7. 지금 하고자 하는 일에서 나의 목표, 내가 얻고자 하는 일 경험은 무엇인가?
8. 내가 하고 싶은 일 vs 잘하는 일 사이의 간극이 있을 때, 어떤 어려움들이 있을 것이라 생각하나? 나는 그 일의 간극을 어떻게 메울 것인가? 어느 정도의 준비가 되어 있나?
이런 질문과 답을 통해 ‘막연히 하고 싶다’ 수준을 넘어 일의 목표를 구체화하고, 필요한 역량과 스킬을 현실감 있게 파악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죠.
저는 다양한 JD (직무기술서)를 꼼꼼히 분석해보도록 가이드하기도 합니다. 우리 회사 안에도, 직원분들이 서로 다른 부서에서 무슨 일을 하는지 알 수 있는 기술서가 있으면 좋을 것 같아요. 지금까지의 제 경험상 특히 국내 회사들의 직무 기술서는 뭉뚱그려진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생각해보면 우리는, 서로 무슨 일을 하는지 잘 모르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좀 더 시야를 확장하는 관점에서 회사 내외부 네트워크를 확장하는 경험을 해보도록 조언하는 것도 좋습니다. 구성원이 하고자 하는 일이 시장에서는, 타사에서는 어떤 사람들이 하고 있고 그 일에 요구되는 역량과 스킬은 무엇인지 요즘은 알려고 하면 알 수 있는 수단이 정말 많아졌으니 이를 활용해볼 것을 조언해주시면 어떨까요.
저는 하고 싶은 일을 하려면, 지금 하는 일을 잘해야 한다는 말씀을 드리기도 해요. 아주 솔직히, 회사원의 일이라는 것이 영역별로 미친듯이 다르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연결되어 있는 지점들이 많죠. 그렇다면 지금 하는 일을 잘하며 쌓아온 개인의 일자산과 관점이 앞으로 하고자 하는 일에 도움이 될테니까요. 내 일에서 쓸모가 기여가 있어야 다른 곳에서도 찾는 사람이 될테니까요. 이런 피드백은 솔직하게 해주시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한편, 우리팀 구성원이 하고자 하는 일을 우리 회사에서는 할 수가 없다면, 그런데 역량과 실력은 출중한 분이라면, 서로 잘 헤어질 준비를 시작하는 것이 오히려 맞지 않을까요. 나와 함께 일한 친구가 어떤 방식으로든 잘 되면, 서로에게 좋은 것이니까요.
그런데 이런 말을 하려면, 리더분도 구성원 입장에서 솔직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사람, 리더분이 하시는 이야기가 나를 아끼고 잘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하는 것이라는 신뢰가 바탕이 되어야 할 것 같아요. 이 부분도 한번 생각해보시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