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이름으로

채식하는 삶

by 손톱달



“밥은 먹었니?”


엄마에게 전화가 걸려 왔다.


“너 과일좀 주려고 지금 집으로 갈게.”


독립해서 혼자산지 이제 꼭 2년이 되었다. 다음주 주말이면 어차피 집에 갈 텐데 뭐 하러 여기까지 바리바리 싸 들고 오냐며 타박했으나 엄마를 이길 수는 없었다. 기어이 엄마는 차를 끌고 우리 집 앞에 와 과일이 가득 담긴 봉투 하나를 내밀었다.


나는 채식을 한다.


채식을 결심하는 건 너무 당연하고 쉬운 결정이었다. 죄 없는 동물들에 대한 측은지심과 사랑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마음에 걸리는 게 있었다. 친구들과의 약속은? 가족 외식은 어떡하지? 비건인 나를 온전히 사랑해 줄 사람은 있을까? 이러다 혼자 사는 건 아닐까. 역설적이게도 나와 먼 존재에 대한 더 큰 사랑을 선택함으로써 가까운 이들과의 사랑에서는 멀어질까, 걱정했다. 그래도 대의를 위해서라면 내 주변 사람들에게서 사랑을 느끼지 못해도 되리라. 나를 위로했었다.


그러나 그 걱정은 기우였다. 감사하게도 내 주변 사람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나에게 마음 씀을 보여주었다. 비건 간식을 따로 챙겨주는 직장 동료들. 나를 만날 때마다 비건 식당을 알아봐주며 나를 볼 때라도 채식을 실천하게 되는 것이 좋다는 친구들. 나에게 채식 요리를 해 주는 것을 가장 큰 기쁨으로 아는 나의 연인. ‘제 딸이 비건이어서요.’를 입에 달고 다니며 비건 신제품은 나보다 발 빠르게 사다 놓는 아빠. 큰언니가 사탕은 먹을 수 있다며 학원에서 받은 사탕들을 한 아름 모아서 챙겨주는 막냇동생. 사랑의 이름으로 시작한 일이 더 큰 사랑이 되어 나에게 돌아왔다. 그리하여 먹는다는 것은 나에게 사랑의 표현이자 확인이 되었다.


엄마가 내민 봉투를 들여다보았다. 내가 좋아하는 사과부터 포도, 자두, 배…. 자두는 하루에 한 개씩 먹으라며 개수까지 맞춰서 가져왔다. 밥 잘 챙겨 먹으라는 당부와 함께. 이걸 어떻게 혼자 다 먹냐며 싫은 소리를 했지만 그래도 안다. 이것이 과일과 채소만 먹는 딸을 향한 엄마의 애정 표현이라는 걸.


집에 들어와 오늘 몫의 자두를 한 입 베어 물었다.

시고 단 과즙이 입 안에 퍼진다.

이걸 먹고 나는 또다시 계속할 원동력을 얻는다.

사랑의 이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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