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in나 詩 111
지나고 나니
되돌아 보니
기억은 서서히 의미를 잃는다
기뻤던 것
아팠던 것
흐릿했던 것들 모두
하나의 색으로 물들어 간다
기쁨의 순간은 늘 또렷하고
아픔의 순간은 점점 흐릿해져
그렇게 기억되는 줄만 알았다
하지만
그 모든 것들은
한 가지 온도로 녹아들어
하나의 색으로 스며든다
그제야 안다
살아온 기억들이
정리되거나 사라진 것이 아님을
살아 있음으로
무수히 많았던
울고 웃던 순간들이
한 줄기 빛
한 겹의 어둠
그 둘 사이 어딘가에서
조용히 하나가 되어 머문다
그 하나의 색을 안은 채
소리 없이
아직 오지 않은 시간 앞으로
걸어가게 한다
살아온 기억은
그 어떤 의미로 남는 것이 아니라
그다음을 살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