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마지막 날 (최민 컬렉션)
마지막 날
“얘들아 쌤이 정말 정말 저엉말 특별한 비밀이 한 가지 있어. 그 비밀이 뭔지 맞추는 사람이 있으면 오늘 진도 그만나간다. 대신에 못 맞추면 진도 나가는거야” 수능이 100일도 안남았는데 오늘따라 아이들이 수업에 집중하지 않고 자꾸 졸았다. 스무고개를 하자니 졸던 아이도 눈을 번쩍 떴다. 1대 20. 반 아이들 전체가 와도 나를 이길 수는 없지. 시작했다.
“쌤 성형수술 했어요?” “땡! 하나~ 벌써 하나 틀렸다” “야!~ 질문 아무거나 하지마!!~” 아이들은 신이 나서 갖가지 추측을 쏟아냈다. ‘복권 1등 당첨되었어요?’ ‘먹는 거 관련된 거예요?’ ‘쌤 사모님이 첫사랑이 아닌거죠?’ “자 이제 열 여덟까지 했다!” 그렇게 스무고개가 끝나가고 사실상 수업이 끝나갈 즈음. 한 녀석이 손을 들었다. 그렇지 너지. 이 반에서 가장 개구진 녀석. 키도 목소리도 크고 싹싹한 녀석. 너의 그 장난기로 한번 맞춰볼 수 있겠냐.
“쌤 UFO 본거죠?” “야, 그걸 말이라고… 정답!!” “와!!!” 그래 18번쯤 두들겼으니 이제 맞춰야 내 학생이지. 잘했다. 나는 내심 반가웠다. 오호라 이제 드디어 내가 준비해 둔 이 썰을 풀 수 있겠구나 “와 선생님~ 진짜요?! 얘기해주세요! 얘기해주세요!” “얘기해?” “네!” 아이들은 이미 잠에서 깼고 진도는 안드로메다 저편으로 날아간지 오래다. 생활과 윤리 수업 시간에 우리는 머리 위로 날아온 UFO를 함께 보았다. “얘들아 썜은 UFO를 봤어 진짜라니까? 근데 외계인을 믿지는 않아. UFO랑 외계인이랑 별 상관이 없다고 생각해.” “쌤!! 하지만 티비에서 보면 UFO에서 외계인이 내려서 막 납치해가잖아요!” “야, 안보이냐? 내가 UFO 봤다니까?! UFO 봐도 끝이 아니야. 외계인 안 내리니까 걱정마라.” 그리고 수업 종료를 알리는 벨이 울렸다.
수업은 역시나 UFO 이야기로 끝이 났고 그 해 수능을 끝으로 나도 학교를 그만 두었다. 지금 생각하면 그 날 UFO 이야기를 한 것은 너무 잘한 일인가 싶다. 아이들이 맹자가 뭐라고 했는지 피터 싱어가 존 롤즈가 뭐라고 했는지 기억하지 못할지라도 UFO를 본 윤리 선생님이 있었다는 것, 그게 쌤쌤이었다는 것을 기억할테니 말이다. 그 아이들 나의 마지막 12학년 학생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