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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잇 Apr 03. 2022

꾸깃꾸깃 접어둔 마음

들어가며

어릴 때부터 노래 부르거나 음악을 하며 사는 삶이 내 삶이길 바랐다.


주위의 어른들에게 들었던 이야기는 다른 어린이들과 별반 다르지 않다.

"좋아하는 일도 일이 되면 다 똑같아."

"예술로는 밥 못 벌어먹고 살아."


이 말들이 나에게 엄청 큰 영향을 주었던 것 같다. 20대가 거의 끝날 때까지 내 잠재의식 깊은 곳에 이 말들이 콱 박혀서 노래를 하거나 글을 쓰는 등 내가 좋아하는 것들은 취미여야만 하는, 직업으로 가져서는 살아갈 수 없는 것들인 줄로만 알았다.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해 대학교에 가기 전에 용기를 내본 적도 있긴 하다. 부모님께 음악과 관련한 학과에 가고 싶다는 말씀을 드린 수능 후의 어느 날, 나는 호되게 혼나고 눈물을 펑펑 쏟았다.


그렇게 극명하게 좋아하는 것을 제끼고 나니 나의 모든 선택은 좋아서 하는 선택이 아니라 사회가 혹은 부모님이 괜찮다고 할 법한 선택으로 이뤄졌다. 그렇게 대학을 졸업할 때쯤 되니 뭘 해야 될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음악과 글에 대한 갈망이 사라지지 않으니 딱히 가고 싶은 회사도, 관심 있는 직무도 없었다.


그러니 뒤늦게 성향에 맞는 직무가 뭐지 부랴부랴 알아보았다. 마케팅이었다. 그 직업을 가지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알겠으니 그것을 목표로 졸업을 한 뒤에 교육을 다시 받고, 취업을 하고. 일을 하는 동안 직무 안에서 의미를 찾아보고. 그랬다. 성향은 잘 맞으니 꽤 재미있는 일이었다. 그러는 과정에서 때로는 나만의 가치관과 성격을 투영해 남들이 조금 덜 가는 길을 선택한 적도 있었지만 사실 가장 원하는 것들은 배제한 체였다. 그러니 결국은 내 마음이 아니라 사회의 가이드라인을 따라갔던 거라고 나중에야 생각했다.


그러면서도 마음 한 켠의 갈망은 계속 나를 따라다녔다. 그래서 였을까. 좋은 회사에 간 친구도 돈을 많이 버는 친구도 그렇게 부럽진 않았다. 나도 원하는 미래라면 질투가 나든 부럽든 해야 되는 건데 하나도 부럽지가 않았다. 그냥 자기가 하고 싶은 걸 선택해서 꾸준히 해나가고 있는 사람들이 부러웠다. 나도 그때 그냥 내가 원했던 길을 걸을 수 있었다면 어땠을까. 이런 생각이 늘 들었다.


-

마케팅을 하면서 나는 돈을 많이 주는 회사로 계속 자리를 옮겼다. 물론 가장 중요한 키워드가 '성장'인 것은 당연하다. 그래서 성장을 위해 이직할 회사를 골랐지만, 아무리 끌리는 면이 있는 회사라도 내가 생각한 기준만큼의 연봉이 오르지 않는다면 업무 내용이나 브랜드가 끌린다고 해도 그 회사엔 지원할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근데 사실 내가 왜 돈을 좇고 있는지 모르겠다.


나한테 진짜 중요한 건 대체 뭐지?


-

회사를 옮기고, 마케팅 공부를 계속하고, 계속해서 생각나는 구겨진 마음이 있었다. 


퇴근 후 구겨진 마음을 펴볼 수 있는 기회는 잘 없었다. 핑계가 아니다. 진짜다. 리얼. 아무래도 직무 공부는 계속해야 했고, 때로는 야근이 있었고, 이래저래 당면한 삶을 위해 투자를 하고 나면 접어둔 마음에 직면할 돈과 시간이 없다. 그런데도 그 마음은 자꾸만 무거워져서 어떨 때는 나를 짓누르는 것 같았다. 내가 너무 철이 없나?


더 나을 거라 생각해 옮긴 마지막 회사에서, 세상에 좋은 회사는 없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어쩌면 나는 죽을 때까지 이렇게 살다가 죽기 직전에도 '왜 내가 그걸 안 했지?' 후회 가득한 생각을 할 것 같았다. 


돈이 좀 더  생기면 그땐 꼭 해봐야지?

그냥 이렇게 살다가는 그때가 안 온다는 걸 깨달았다.

커리어가 더 쌓여서 손에서 놓을 게 많아지면 더욱 포기하기 힘들겠지.


아직도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일주일에 몇 번씩 혼자 기타를 치고, 어렵다는 곡을 연습해보고. 그런데 이게 언제 내 직업이 될 수 있단 말이야.


내 삶을 뒤집어 놓을 결심이 필요하다. 해보고 안 되면 몰라, 해보지도 않은 체 미련 가득한 삶을 사는 건 진짜 아닌 것 같다.


돈, 많으면 좋긴 하지.

명예, 그래 그것도 멋있다.


그런데 그게 나라는 사람의 선택의 기준이 아니었던 것을. 이제야 나도 나를 쬐금 알겠다. 취미로만 남겨 두기엔 내 마음이 참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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