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년 6월 14일의 기록
모든 게 세팅된 완벽한 아름다움보단 자연스러운 게 좋다.
다른 것들은 물론 외모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20대 대부분은 살면서 맞닥뜨리는 많은 주제에 관해 고민하고 가치관을 결정하는 시기였던 것 같다. 아주 단단하지는 못했던 그 시간을 지나오면서 확고해진 생각들이 있다. 확고해진 생각은 믿음이기도 하지만 결심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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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어렸을 때의 나는 외모에 큰 관심이 없었다. 티비를 잘 보지 않아, '사회적 기준의 미'에 노출이 많이 안 됐던 것 같다. 그래서 뭐가 왜 예쁘다고 하는 건지 잘 모르기도 했다.
중학생이 되자 외모에 일찍이 관심을 가진 친구들이 '너는 어디만 하면 예쁘겠다'와 같은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누군가의 외모가 예쁘지 않다는 평가를 기반으로, 예쁘지 않기 때문에 어딘가를 고쳐서 예뻐져야 한다는 이야기를 아무렇지 않게 주고받는 모습이 처음에는 좀 충격이었다.
그러나 익숙해졌다. 심지어 어느 순간부터는 없던 콤플렉스를 만들어 갖고 있었다. 거울 속 전체의 내 모습이 아닌 콤플렉스에 시선이 집중된다. 사람들이 예쁘다고 하는 얼굴이 되고 싶어서 얼굴에 손을 대야 하나 고민했던 지난날이 분명히 있었고, 나쁜 것은 아주 잘도 배워 나 역시 누군가를 볼 때 단점을 보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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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그 시기가 지나니 언젠가부터는 예쁘다 안 예쁘다를 평가하는 게 이상하기도 하다. 익숙해진 나의 얼굴이 당연하고, 가족 중 누구도 외모를 평가하는 사람이 없었던 덕에 나름 자기애도 있다. 비록 요즘의 미의 기준과는 다를지언정 나는 나대로 조금 귀여운 면과.. 빙구미(?)가 있다고 생각하고 있고,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자연스러움'과 잘 맞아서 나도 내 얼굴도 참 좋다. 다른 사람들을 볼 때도 그 사람의 반짝이는 눈을, 활짝 웃는 미소를 더 잘 볼 수 있게 됐다.
또 괜히 '예쁘다'라고 하는 기준에 맞지 않다고 해서 진짜 안 예쁜 게 아니라는 것을, 자연스럽고 개성 있는 모습이 당연하다는 믿음을, 말하고 다니진 않았지만, 실천하고 싶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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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유튜브를 하게 되면서 내 안에 굉장한 모순이 생겨버렸다.
먼저 '보이는 관점'에서의 머리, 화장, 옷 등 너무 신경 써야 할 부분이 많아졌다. 개인적으로든 마케팅적으로든 어떤 이유에서나 당연히 화장도 잘해야 하고, 머리 손질도 잘해야 한다(일상에서의 모습과 카메라에 잡히는 것은 너무 달라서 생각보다 공부도 많이 해야 했고, 신경을 엄청 써야 했다). 사실 그것마저 피곤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다시 외모가 신경 쓰이기 시작한 것이다.
물론 어떤 분야든 본질이 외모는 아니다. 그러나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예쁘고 잘생긴 것을 좋아하는 것은 본능이자 사회적 분위기, 관습이기 때문에. 당장 유튜브를 켜면 예쁜 사람들이 썸네일을 잔뜩 장식하고 있으니까. 뮤지션으로서 본질을 갖추는 것은 당연한 거고, 그 옆에 있는 내가 예쁘지 않으면 사람들이 클릭하지 않겠지? 그러면 관심이 곧 동력이 되는 생태계에서 내가 이 업을 오래 지속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시간이 지나며 자연스러운 것을 가장 좋아하는 사람이 된 줄 알았는데. 제법 확고하다고 생각했는데. 갖고 태어난 내 모습을 잘 가꾸는 것과, 뭔가를 해서 미의 기준에 나를 맞추는 것이, 내게는 너무 다르게 느껴진다. 맞고 틀리는 문제는 전혀 아니지만, 내 믿음과 가치관에는 큰 파문을 던지는 질문이기 때문에 자꾸만 생각이 많아진다. 자연스러운 나로 살아가고 싶은 마음이 큰데, 이게 또 유혹이 되네.
그럼 나는 확고했던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