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년 5월 19일의 기록
잘하고 싶어서 너무 힘을 주면 오히려 잘 안 되는 거, 그거 만고불변의 법칙인가 보다. 아르키메데스가 유레카 외쳤을 때도 한창 고민하다 긴장을 풀던 목욕 부스 안에서였다고 하더니.
몰입도 좋지만 적당히 긴장을 풀고 대처할 수 있는 여유가 있어야 하는데. 어쨌든 삶을 지속하기 위해 돈도 벌어야 하고, 음악 공부, 유튜브를 위한 녹음, 촬영도 해야 하고. 이외에도 삶에는 뭔가 잡다한 해야 할 것들이 많다. 게다가 아직 음악에 대한 이해도가 너무 낮다. 그래서 정작 가장 잘하고 싶었던 부분에 너무 긴장이 되어 있었다.
레슨 선생님이 함께 만들어 보자고 했던 곡의 트랙을 드디어 주셨다. 이젠 내가 탑라인을 쓸 차례. 그래, 사실 탑라인은 무슨, 나는 이론적으로도 많이 부족한 상태인 데다 아는 곡의 수도 많지 않다. 내가 느끼기엔 아직 준비되지 않았다. 하지만 쉬이 오지 않을 기회가 갑자기 왔으니. 그리고 난 언제나 부딪혀보겠다 다짐했으니. 당연히 거절이라는 선택지는 없고 무조건 잘하고 싶다.
한 2주 동안 내내 탑라인 쓰는 것에 매달렸다.
시간이 충분치 않은 때에는 밤부터 새벽까지, 낮에 시간이 있으면 하루 종일 선생님이 만드신 트랙을 듣거나 레퍼런스를 찾아봤다. 물론 긴장도를 낮추려고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하거나 산책을 하거나 많은 노력을 했지만 실상 내 안의 데이터베이스 자체가 부족하다 보니 만족은커녕 적합하다 할 만한 결과물도 못 낸 것 같은 느낌. 매몰되어 버린 것이다.
트랙을 들었을 때 장르의 특성도 모르겠어서 아예 세 가지 버전을 만들어 갔다. 선생님은 그중에서도 괜찮은 부분을 골라서 곡을 완성했다. 막상 다 하고 나니 뭔가 나쁘진 않다만 이걸 꼭 들어야 하는 특별한 이유는 없어 보인다.
케이팝은 더 했다. 애초에 K-POP 자체를 많이 안 들었던 터라 랩 파트는 진짜 지옥이었던 것 같다. 시간도 아주 촉박해서 나 진짜 아직 깜냥이 안 되는구나 생각했다. 도중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해냈단 것만으로도 내겐 위로가 됐지만 협업하는 사람은 화가 많이 났을 수도..
오히려 마음을 편하게 먹고 어차피 성장하는 과정인데 이 참에 노래를 많이 들어보자! 하는 마음으로 해 볼 걸. 잠을 잘 자고 너무 힘주지 않아 볼 걸. 컴퓨터 앞에서 인상을 쓰지 말고 그냥 좀 웃어볼 걸. 그랬으면 새로운 아이디어가 날 수도 있었을까!
다음부터는 평소에 더 많은 데이터베이스를 쌓아뒀다가 필요할 땐 여유롭게 꺼낼 수 있는 사람이 되자. 너무 잘하려고 애쓰지 않도록, 긴장하지 않도록. 작업에 몰입했다가 산책을 하면서 유레카 할 수 있을 준비를 해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