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년 3월의 기록
리드라는 게 있다고 한다. 기획사에서 컨셉, 레퍼런스, 간단한 설명 등으로 원하는 노래의 스타일을 정리해 작곡가들에게 주는 곡 정보다. 레슨을 하는 동안 나의 열정이나 의지 등을 좋게 생각해주셨는지 리드를 받은 선생님이 함께 작업을 해보자고 하셨다. 그리고 별도로 칠 하우스(Chill House) 느낌의 팝을 한번 같이 해보자는 제안도 주셨다.
나 떨려. 설레.
리드곡 간택 못 돼도 행복해(아마 당연히 안 될 것)!!
해보는 게 좋은 거니까.
난 경험주의자니까, 엉엉(ㅠㅠ).
그러나 들뜬 마음도 잠시,
걱정이 훅 끼쳤다.
선생님 입장에서는 당장의 내 실력보다는 가능성을 보고 제안한 것이겠지만 당연히 처음부터 잘할 수는 없는 법. 때문에 이 기회가 너무 빨리 왔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에 가까운 것 같다. 큰 기대 없이 수련의 의미로, 호의로 내민 손일 수 있겠으나, 보통은 실망이 거듭되면 그 마음을 금방 거둬버리기 마련이니까.
그리고 이 팀플을 위해 본인의 시간을 써서 좋은 트랙을 만들어야 하니까 절대 쉽게 넘어갈 수 있는 노력의 분량이 아닐 것이다. '그럼 실망을 안 하게 하면 되지' 하기엔 모든 일에난 누적 시간이 필요한 법이니까. 슬프게도 어떤 산출물의 질이 늘 그 작업 '하나'에 들이는 열정과 시간에 정비례하는 건 아니다. 조금 더 좋아질 순 있겠지만 분명 한계가 있을 것 같다.
과거 누군가와 함께 하고자 했던 수많은 사이드 프로젝트와 팀 프로젝트들을 자연스레 떠올리게 된다. 독립 서점을 다니면서 리뷰를 남겨보자. 한국을 알리는 유튜브를 찍어보자. 브랜드에 대해 분석하는 글을 주기적으로 발행해보자. 등. 참으로 많기도 했다.
처음엔 의욕적으로 시작한 것들도 각자의 사정으로 시간이 지나면 대부분이 어그러지곤 했다. 이것도 그렇게 되는 게 아닐까. 심지어 그때는 역할의 배분이 거의 동등했지만, 이번엔 상대방의 마음에 혹은 시간에 여유가 없어질 때 가장 먼저 지워버릴 카드가 나라는 객관적 사실을 너무나도 분명히 인식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게 너무 이른 기회라는 생각이 아니 들 수 없었던 것이다. 나도 놓치고 싶지 않은 기회이기에 더욱 걱정이 되는 걸 테지.
뭐,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걱정들은 어쩌면 평생 안고 가야 할 걱정이겠지. 아는 게 많아질수록 아쉽고 불편한 것도 많아질 텐데, 그렇다면 내가 만드는 음악에 만족하는 순간이 쉬이 오진 않을 것이다. 내가 만족하지 못하는데 협업하는 사람이 만족할 것이라고 단언할 수 있을까. 그러니 앞으로 어떻게 되든 일단 눈앞에 주어진 과제를 충실히 이행해보자.
이 팀 프로젝트가 중간에 멈추든 사라지든 쌤이 나라는 카드를 놓든, 내가 할 일을 열심히 한다면 그걸 내가 해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어떻든 임무를 완수해보자. 그러면 그걸 하는 동안 나는 한 뼘이든 반 뼘이든 조금은 자랐을 것이다. 성공하고 실패했던 과거의 수많은 프로젝트를 하면서 내가 자랐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