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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잇 Jul 22. 2022

불안해도 조급해도 괜찮아

22년 6월 15일의 기록

삶은 늘 동전의 양면처럼, 좋은 것과 싫은 것을 동시에 주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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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것을 아주 일찍 알았음에도 최대한 어린 나이에 그것을 시작하지 못한 상황과 이유들은 지금 생각해도 여전히 억울하고 바보 같은 감이 있긴 하지만, 오히려 좋은 점도 있다는 게 인생의 묘미 아닐까.


이미 한번 완전히 새로운 어떤 분야로 취업을 하고 커리어를 쌓으며  사이에 겪었던 많은 것들이, 음악을 늦게 시작한 내게 가져다준 경험치일 것이다그 경험치가 나를 스무 살의 나와는 또 다른 나로 만들어 줬음을 느낀다. 지금의 상황은 아주 불안하지만, 그 불안함에 잠식되지 않고 '응, 괜찮아. 즐거워!' 할 수 있는 여유도 세월에서 온 것이 틀림없다.


몇 년을 했던 마케팅에 비해 음악은 시작한 지 1년도 안 됐지만, 그럼에도 벌써 벽이 느껴질 때도 있고 스트레스를 받기도 한다. 하지만! 하다 보면 성장할 것임을, 이 시간이 지나갈 것임을 알기 때문에 괜찮아. 그 어느 때보다 나에게 훨씬 가치 있는 시간을 보내고 있음을 매일 느끼고, 그 어떤 과거의 선택들보다 무거운 책임감을 얹고 걷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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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는 24시간이고 일주일은 7일이라, 녹음을 하고 영상을 찍으면서 마음에 차지 않는 날들이 분명히 있다. 거의 매번 그렇다. 그렇지만 마음에  들어도, 성에 차지 않아도 어쨌든 하면서 바꿔 나가 한다는 사실을 너무  안다. 어디 내놓기 부끄러운 지금 지나야 언젠가 뭐라도 된다는  아니까.


조금 더 부끄럽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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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게 시작한 만큼 남은 인생, 주어진 시간이 바짝하다고 느끼고 있어서 일까, 너무 많이 계산할 틈이 없으니 '어쨌든 다음 스텝'을 열심히, 누구의 강요가 없어도 나 자신의 의지로 해나가고 있다. 회사원 시절에 스스로 벌려둔 사이드 프로젝트의 완성도를 생각하면 매-우 놀라운 일이다. 나 이 일을 아주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구나.


대학 진학, 직무 선택, 취업과 이직 모두, 그나마 내가 '잘'하는 것들을 선택하긴 했지만 외부적인 동기 요인이 상당히 컸는데, 온전히 내 마음이 동인이 되어 어려워도 이겨내고 나아가서 꼭 해내고 싶은 일이 처음이라 감회가 새롭다. 약 5년을 해온 직무를 내려놓으며 기회비용을 분명하게 인식했고, 또 옮기고자 하는 분야의 상태를 조금은 알고 있었기 때문에 때로 내 조급함이 느껴져도 그냥 그 상태를 인정하고 '아, 내가 지금 조급하구나. 진정해 짝 진정해 짝'이 된다.


가장 잘하고 싶고, 가장 열심히 하고 싶은 . 현재 내게 소득을 벌어주지 않지만 가장 중요한 . 가장 즐거운 .


동기의 99.9%가 내 안에서 오는 이 경험이 매우 희귀하고 감사하다. 지난주, 지지난주, 처음으로 케이팝 탑라인을 써보면서 느꼈던 스트레스도 부정적 스트레스가 아니라 즐거운 스트레스였다, 아직은(인간이 언제 또 어떻게 마음이 바뀔지 모르니ㅎㅎ)!



 마음이  깊어지길 바라며 남겨두는.

2022년 6월 15일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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