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잇 Jul 09. 2022

말랑말랑해졌어요.

22년 4월 어느 날의 기록

정말로 말랑말랑해졌다.



좋은 걸까?


당장 돈이 되지 않아도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게 더 잘 맞는 사람이 그렇게 살고 있기 때문에, 그리고 그게 하필 음악이기 때문에 마음이 말랑말랑해졌을까. 만드는 과정이 아무리 치열하더라도 듣는 순간 마음이 녹아버리는 게 음악이니까.


회사에 다닐 때는 일을 잘해야 하는 것, 실수하지 않아야 하는 것, 그 외에도 억압적인 상황이나 납득가지 않는 상황에 지지 않겠다는 마음 등등등 참 안팎으로 긴장된 상황의 연속이었다. 업무도 업무지만 사람과의 관계에도 그랬다. 몸과 마음에 갑옷을 두르고 논리와 이성으로 무장을 하고 다녔는데 지금은 마음을 편하게 드러내고 주변의 자극에 가시를 내보이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라서 일까. 


근래의 변화는 내게 너무 큰 변화였고, 여전히 그 시작에 있기 때문에 아직도 적응을 해나가는 과정에서 이전의 단단했던 나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마음이 말캉해졌다.


전에도 사람보다는 자연이나 예술에 감동을 더 많이 받는 스타일이긴 했지만(머쓱) 요즘은 그렇게 슬픈 노래도 아닌데 무슨 노래든 몰입해서 듣기 시작만 하면 한 소절이 아니라 한 글자만 들어도 왈칵 눈물이 난다. 느끼는 그대로를 숨기지 않아도 되니 섬세해진 걸까.



나쁜 걸까?


4월. 보컬 레슨을 다니고 얼마 안 되어 박차를 가하기 시작하던 그때, 코로나에 걸렸다.


한창 확진자 수가 늘고 있을 때라 누구 탓을 할 수 없다는 걸 알고는 있지만, 가장 집중하고 있는 분야가 보컬인 데다 스스로는 사람 만나는 것을 극도로 조심하고 있었기 때문에 코로나를 옮긴 동생이 원망스러웠다.


하던 것들을 모조리 중단하고 혼자 격리 생활을 하며 눈만 감았다 뜨며 일주일을 보냈던 것 같다. 그 일주일이 지나고 5kg가 넘게 빠졌다. 말 그대로 식욕도 근력도 에너지도 다 잃었다. 벌써 7월인데 아직도 한 번에 김밥 한 줄 다 먹는 게 어렵다. 원래의 나는 아파도 밥심이라고 든든하게 먹자고, 입맛이 없었던 적이 없다고 말하는 사람이었는데. 따릉이 탈 때 허벅지가 터질 것 같은 기분을 아주 좋아하는 사람이었는데. 어제는 고작 10분 남짓의 퇴근길에 자전거 페달을 밟으며 '아, 죽겠다'를 연발했다. 건강 앱에서는 유산소 피트니스가 낮은 상태라는 처음 보는 알림도 떴다.


코로나가 나에게 입힌 타격이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너무 크다. 아직도 가래가 끼고, 코어는 완전히 무너졌다. 노래하는 힘도 떨어지고. 몸이 건강하지 않아 마음이 흔들흔들, 예민해진 걸까.



언제나 결과를 만드는 상황은 복합적인 거니까 아마 저 이유만은 아닐 것이다. 머리로는 어찌 됐든 겪어야 될 순간이고, 지금과 같은 혹은 더 힘들 수많은 시간이 지나야 뭐라도 된다는 것을 너무 잘 알지만. 이렇게까지 널뛰는 마음을 어떻게 해야 할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는 요즘이다.

이전 18화 끝까지 해보기로 했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