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년 6월 15일의 기록
삶은 늘 동전의 양면처럼, 좋은 것과 싫은 것을 동시에 주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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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것을 아주 일찍 알았음에도 최대한 어린 나이에 그것을 시작하지 못한 상황과 이유들은 지금 생각해도 여전히 억울하고 바보 같은 감이 있긴 하지만, 오히려 좋은 점도 있다는 게 인생의 묘미 아닐까.
이미 한번 완전히 새로운 어떤 분야로 취업을 하고 커리어를 쌓으며 그 사이에 겪었던 많은 것들이, 음악을 늦게 시작한 내게 가져다준 경험치일 것이다. 그 경험치가 나를 스무 살의 나와는 또 다른 나로 만들어 줬음을 느낀다. 지금의 상황은 아주 불안하지만, 그 불안함에 잠식되지 않고 '응, 괜찮아. 즐거워!' 할 수 있는 여유도 세월에서 온 것이 틀림없다.
몇 년을 했던 마케팅에 비해 음악은 시작한 지 1년도 안 됐지만, 그럼에도 벌써 벽이 느껴질 때도 있고 스트레스를 받기도 한다. 하지만! 하다 보면 성장할 것임을, 이 시간이 지나갈 것임을 알기 때문에 괜찮아. 그 어느 때보다 나에게 훨씬 가치 있는 시간을 보내고 있음을 매일 느끼고, 그 어떤 과거의 선택들보다 무거운 책임감을 얹고 걷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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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는 24시간이고 일주일은 7일이라, 녹음을 하고 영상을 찍으면서 마음에 차지 않는 날들이 분명히 있다. 거의 매번 그렇다. 그렇지만 마음에 안 들어도, 성에 차지 않아도 어쨌든 하면서 바꿔 나가야 한다는 사실을 너무 잘 안다. 어디 내놓기 부끄러운 지금이 지나야 언젠가 뭐라도 된다는 걸 아니까.
조금 더 부끄럽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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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게 시작한 만큼 남은 인생, 주어진 시간이 바짝하다고 느끼고 있어서 일까, 너무 많이 계산할 틈이 없으니 '어쨌든 다음 스텝'을 열심히, 누구의 강요가 없어도 나 자신의 의지로 해나가고 있다. 회사원 시절에 스스로 벌려둔 사이드 프로젝트의 완성도를 생각하면 매-우 놀라운 일이다. 나 이 일을 아주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구나.
대학 진학, 직무 선택, 취업과 이직 모두, 그나마 내가 '잘'하는 것들을 선택하긴 했지만 외부적인 동기 요인이 상당히 컸는데, 온전히 내 마음이 동인이 되어 어려워도 이겨내고 나아가서 꼭 해내고 싶은 일이 처음이라 감회가 새롭다. 약 5년을 해온 직무를 내려놓으며 기회비용을 분명하게 인식했고, 또 옮기고자 하는 분야의 상태를 조금은 알고 있었기 때문에 때로 내 조급함이 느껴져도 그냥 그 상태를 인정하고 '아, 내가 지금 조급하구나. 진정해 짝 진정해 짝'이 된다.
가장 잘하고 싶고, 가장 열심히 하고 싶은 일. 현재 내게 소득을 벌어주지 않지만 가장 중요한 일. 가장 즐거운 일.
동기의 99.9%가 내 안에서 오는 이 경험이 매우 희귀하고 감사하다. 지난주, 지지난주, 처음으로 케이팝 탑라인을 써보면서 느꼈던 스트레스도 부정적 스트레스가 아니라 즐거운 스트레스였다, 아직은(인간이 언제 또 어떻게 마음이 바뀔지 모르니ㅎㅎ)!
그 마음이 더 깊어지길 바라며 남겨두는.
2022년 6월 15일의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