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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얼굴씨 Aug 12. 2023

곤충반려인이 바라보는
잼버리 화상벌레떼 습격

곤충으로부터 사람 4.




이번 잼버리 사태를 보며 (벌레공포증을 가진 자로서) 가장 분노한 것은 바로 벌레떼의 창궐과 습격이다.

나 같으면 땅의 상태를 보자마자 가차 없이 발길을 돌렸을 것이다. 아들과 곤충 채집을 나가면 가장 조심하는 것이 습지이다. 더운 날의 습지는 그야말로 벌레들의 천국이다. 그곳에 발을 들여놓기가 무섭게 벌레떼가 공격을 하는데 아무리 곤충기피제를 뿌려도, 긴 옷을 입어도 소용이 없다. 짧은 옷을 입고 곤충채집에 열중했다간 아래 사진과 같은 험한 꼴, 당하기 딱 좋다.

 

잼버리 행사장에서 벌레떼의 공격을 받은 참가자 (사진 출처- 연합 뉴스)


그래서 아무리 땡볕 같은 날씨여도 가을에 입는 도톰한 트레이닝복을 세트로 입고, 벌레기피제를 사정없이 뿌리며, 오두방정 깨춤을 한시도 쉬지 않고 춰야 그나마 몸을 밤새 긁어 피나는 일이 없다.


그러면 대체 왜 습지에 들어가냐고?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 굴에 들어가야 하니까!



한여름에도 곤충 채집하러 갈 때는 긴 옷 그리고 운동화


주최 측이 그런 습지의 상황을 몰랐을 리가 없다. 축축한 땅, 따뜻한 온도, 번쩍번쩍거리는 조명. 온 지구에 있는 벌레떼가 잼버리 대회에 참가하기 위한 최적의 환경이다.


그러니까 새만금 잼버리의 주인은 전 세계 청소년이 아니라 벌레떼인 것이다.


그 벌레들은 잘못이 없다. 그냥 오라고 오라고 빨리 오라고 새만금이 불러서 본능적으로 몰려 갔을 뿐이고, 게다가 이번 벌레 사태의 주인공인 화상 벌레는 해충을 잡아먹는 익충이란 말이다.(물론 인간을 기준으로 나뉘는 해충과 익충의 경계이지만)


벌레떼 천국에 인간이 발을 들였으니 먹잇감이 되는 것은 당연한 이치. 제대로 된 방역과 예방을 하지 못한 것은 분명한 인재人災이다. 초등학교 저학년도 알고 있는 기본적인 상식을 고려하지 않아 벌어진 전 세계적인 대망신이다.


그렇다고 내가 화상벌레를 좋아하는 것은 절대 아님.




다음 편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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