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쪽 나라로 뜰까?

뼈속까지 파고 들어오는 추위 때문에

by 생각하는냥

"가고 싶은 도시는?" 이라는 질문에 서슴없이 "샷포로"라고 답했던 때가 바로 엊그제같다. 작년부턴가? 겨울이 싫다. 수도관이 터져버릴 것 같은 추위가 닥치는 아침이면 현관문을 나서기가 싫다. 뼈속까지 파고들어오는 지독한 차가움이 지독하게 싫다.


영화 속 한 장면 처럼 한파를 피해 뛰어가다 조각상처럼 얼어버릴 것 같은 그런 추위가 이제 12월도 중순일 뿐인데 벌써 찾아왔다. 이제 겨울 시작한지 얼마 되지도 않은 듯 한데 하늘나라 참 너무 한다.


이제는 따뜻한 남쪽 나라로 떠나야 하나.


그래도 김이 폴폴 나는 포장마차에 들려 종이컵에 담긴 짬짜름한 오뎅국물을 입술이 데이지 않을까 훅훅 불어가며 한입 삼킬 때의 즐거움을 남쪽나라에 가면 즐길 수 없겠지.


한입 베어 먹으면 밀가루 안의 시커멓지만 뽀송뽀송한 옹기종기 모여있는 팥덩어리들을 바라보는 재미를 남쪽나라에 가면 즐길 수 없겠지.


두텁게 껴입은 외투에서 겨우 삐져나와 허우적 거리는 손에 가죽장갑까지 장착하고 거리로 뛰쳐나가 뒤뚱어리며 걷는 재미를 남쪽나라에 가면 즐길 수 없겠지.


겹겹이 쌓인 눈길을 걸을 때 발바닥으로 고스란히 전달되는 그 뽀드득거림과 귀를 즐겁게 하는 뽀드득거리는 소리를 남쪽나라에 가면 즐길 수 없겠지.


현관문을 열어젖히기까지가 힘들뿐

어찌어찌 기어 나오면 어떻게든 굴러다니지 않던가.

버스 창밖엔 나같은 생각 주머니를 찬 사람들이 굴러다니지 않던가.


나 혼자가 아니다.


그런데 말이다. 오늘 버스 옆자리가 비어진채로 왔다. 왜 아무도 앉지 않았을까?

킁킁 킁킁. 냄새도 안 난다.

거울을 들여다봐도 멀쩡하다.

음.

까칠하고 삐뚤한 성격이 삐져 나온 게 보였나?

아무래도 들킨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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