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님

조물주님께 드리는 불만 가득한 기도

by 생각하는냥

조물주시여, 주말동안 보내주신다던 비님은 대체 무슨 심부름을 어디로 멀리 보내셨길래 오지도 못하게 심술을 부리셨나이까. 게다가 월요일 아침부터 미세먼지 가득한 하루를 맞이하게 하는 놀부 심보는 나이를 어디로 드시는 건지 모르겠나이다. 자꾸 그러실 건가요?


그냥 언뜻 보기에는 날도 더우니 목욕탕의 수증기마냥 착각할 것만 같은 미세먼지로 세상을 뒤는 이따위 환경설정을 하시고 우리보고 숨을 쉬라는 건지 아니면 죽으라는 건지 알 수가 없게 만드실 겁니까? 제가 계속 조물주님 미워할까요?


언제나 그렇듯 우리의 발걸음은 월요일 아침만 되어도 무지막지하게 무겁다는 것은 지나가는 서당 3년짜리 강아지도 다 아는 사실이거늘 수십억년을 사셨을 조물주께서 이런 심술을 부리신다면 정말 조물주님을 미워하지 않을 수가 없겠나이다.


그런 불평으로 하루 만땅 보내고 있었건만 뾰로퉁하게 투정을 마구 부려댄 탓인지 어떤지 이제서야 단비를 뿌려주셔서 먼지투성이를 씻겨주심은 그나마 조물주님의 배려에 아주 쬐끔 감사의 마음을 보내봅니다. 그러니까 진즉에 비님 보내주셨으면 참 많이 사랑해드렸을 터인데 말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그 쬐끔 뿌려주시고 다시 하늘을 맑음 처리 하시면 어쩌란 말입니까. 혹시라도 제가 우산 놓고 왔을까봐 걱정되서 비를 그치게 하신 거라면 그런 걱정 안하셔도 됩니다. 저 우산 가지고 출근했나이다. 퇴근 시간에도 비 계속 내려주시면 아니되나이까?


흠. 제가 이런 기도를 드린다고 해서 우산을 가져오지 않은 많은 선량한 시민들이 조물주님을 욕할 수도 있겠지만 제 더러운 욕설만 하겠나이까. 저한테 먹느니 차라리 제 소원 들어주심이 나을거라고 추천, 추천 드리옵나이다.


아아, 저 하늘 개는 거 봐. 이러면 반칙이지 말입니다. 정녕 저를 버리시나이까. 아, 내 우산.



아닌 말로 장마철에 비를 내려주셔야 일년 농사 잘되는 거 아니겠습니까. 농사가 잘 되어야 조물주님 칭찬도 많이 합지요.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던데 조물주님 부끄러워 하지 마시고 춤 한번 추시옵소서. 복받으실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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