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볶이가 준 뜻밖의 가르침
퇴근길에 김밥 한 줄을 살까 말까 하다가 추운 겨울밤의 최적의 궁합으로는 뜨끈한 어묵 국물만 한 것이 없다 싶어 포장마차로 향했다. 늦은 시간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종종 가던 포장마차는 하필이면 문을 닫은 상태였다. 그래서 가보지 않은 다음 포장마차로 향했다.
어묵 하나 집어 먹다가 전방에 큰 글씨로 "모둠"이라는 메뉴가 눈에 들어왔다.
옆자리에 앉은 애틋한 연인이 떡볶이와 튀김을 너무도 맛나게 먹고 있는 모습이 마치 "모둠"메뉴 홍보 모델이라도 되는 듯 너무도 맛있게 먹고 있었다. 지름신이 강림하사 자꾸 사라고 충동구매를 자극하니 차마 견디지 못하고 "여기 모둠 하나 포장이요"를 외치고 말았다.
검은 비닐봉지에 포장하여 한 손으론 들고 다른 손으론 떠받치며 퇴근길을 재촉하였다. 포장의 뜨끈뜨끈함이 손바닥으로 전해지니 살을 에는 듯한 겨울바람에도 20분 넘는 퇴근길을 마치 축지법이라도 쓴 듯 금세 지나쳐 집에 도착하였다.
모든 걸 제치고 일단 포크를 집어 들고 침샘을 무자비하게 난도질한 튀김을 향해 푹 찔러댔다.
입안에 넣는 순간,
어라?
"....."
잠시 정적이 흘렀다. 아뿔싸, 상상했던 그 맛이 아니었다.
찬바람에 튀김은 눅눅해져 있었고
떡은 익은 듯 만 듯
떡볶이 국물은 달기만 하고
순대는 왜 이렇게 기름진지.
게다가 달라고 하지도 않았는데 먹지도 않을 간까지 애써 넣어주시다니. 아 원래 순대를 주문할 땐 간을 빼 달라고 했어야 했구나.
40년 넘게 먹어온 분식 중에서 이렇게 참담한 분식은 처음이었으리라. 어쩔 수 없이 반 이상이나 남겼다. 최애 음식 목록에 들어가는 분식이 이렇게 참담하게 무너질 수도 있구나. 그냥 어묵만 먹고 나왔더라면 가장 아름다운 하루로 마무리되었을 텐데.
포크를 그만 내려놓았다. 하지만 이미 입맛은 버린 상태였다. 그리고 뒤이어 전해져 오는 이 불쾌감.
배가 아픈 것도 아닌데 멀쩡하지 아니하고
느끼한 것도 아닌데 멀쩡하지 아니한
좀처럼 알 수 없는 그런 이상한 느낌.
물을 한 사발 이상이나 들이켰는데도 그 느낌은
다음날 아침까지 이어져 회사에서까지도 불편했다.
이 불편한 느낌을 지우려다 보니 집중할 거리가 필요했다. 살다 살다 업무가 반갑기는 또 처음이로세. 업무가 이리도 반가울 수 있구나. 오늘은 열 일 모드!
결국 충동으로 발생한 잘못된 만남은 깊은 후회만을 남긴다는 뜻밖의 인생을 배운다.
회사 입장에선 매일 잘못된 만남을 해야 좋으려나? 이렇게나 열심히 라니.
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