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수요일

비 오는 수요일의 매우 사악함

by 생각하는냥

뭘 먹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고 누구랑 먹느냐가 중요하고 어딜 가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고 누구랑 가느냐가 중요하고 뭘 하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고 누구랑 하느냐가 중요하다. 그도 아니면 혼자서도 잘하든가.


아내 부재로 며칠을 지내보니 처음에는 잠도 오지 아니하더니 그새 적응이 되었다. 그런데 그 적응도 될만하니 곧 온단다. 사람은 참 간사하다. 최소한 나는 그렇다는 걸 입증했다.


새벽 늦은 시간에 잠든 탓에 알람 소리에 비몽사몽간에 깨 다시 자려고 했지만 창밖 빗소리가 지친 몸을 달랜다.


한 주 내내 폭염일 거라더니 어인 비가 이리도 많이 내릴까. 거짓말을 하도 해서 기상예보관 처자들은 아마 천국 가기는 다 글렀다. 생김은 다 천국 가서 선녀 될 관상인데 안타깝게 직업 탓에 지옥 가게 생겼다.


아무리 맑은 날로 예상된다 하더라도 마지막에 혹시 조물주의 심뽀가 고약한 날엔 비가 올 수도 있다고 한다면 사람들은 일기 예보관 처자를 욕하는 일은 줄어들지도 모른다. 대신 조물주를 욕하겠지. 아 맞다. 그랬다가 심술쟁이 조물주님이 괘씸죄로 지옥에 보내겠네. 이래도 저래도 지옥 갈 판이로세.


이래도 저래도 지옥인 일기예보관님들께 오늘부터는 사랑을 듬뿍 보내드려야겠다. 그건 배려다. 그러니 잘 차려입은 일기 예보관님을 빤히 바라보는 사람들을 욕하면 안 된다 라고 한다면 세상의 아내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해 줄까?


어쨌거나 느닷없이 내린 비 님 덕분에 오늘도 바지와 양말과 신발은 빗물에 젖어 우울하다. 며칠 전 말했던 반바지와 샌들은 준비를 했지만 그래도 이 정도 비쯤이라면 괜찮을 줄 알았다. 적실려거든 흰 블라우스 입은 처자나 적셔든지. 취향도 고상타. 왜 하필 나인가.


맘씨 좋은 나이 지긋한 아저씨는 엘리베이터 버튼 앞을 차지하고 계시면서 닫기 버튼이라도 좀 눌러 주시면 좋으련만 위층으로 오르려고 할라치면 자꾸 문이 열렸다. 그러기를 대여섯 번이다. 답답해서 뒤에서 누가 한마디 한다. "닫기"버튼 좀 눌러달라고. 그래도 다 태워주는 아저씨의 너그러움이 참 고맙다. 뒤에서 한 마디 한 그 사람을 바라보았다. 얼굴이 참 뻔뻔한 놈이었다. 다 함께 사는 세상인데 어찌 혼자만 가겠다고 닫기 버튼을 눌러달라고 했을꼬. 그놈은 아는 놈이었다. 엘리베이터 철판에 비친 바로 나였다. 그놈 참 심성 한 번 고약한 놈이로세.


오늘은 비 오는 수요일이다. 비 오는 수요일의 빨간 장미~~.

혹여라도 당신의 남자 배우자가 빨간 장미를 사 온다면 끊임없이 의심하라. 집 근처 꽃집 처자가 이뻐서 말 한번 걸어보려고 매우 적당한 핑계 꺼리라서 사 온 꽃일지도 모르니까. 음하하하하하 (매우 사악하게 웃어본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결재라인의 잡스러움에 대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