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하루와 소소하지 않은 폭염

매미는 짝짓기 하겠다고 울어대고 사람은 흐느적거리며 하루가 저물어간다.

by 생각하는냥

우와. 폭염이다. 이 녀석이 미쳤나. 현관문을 열기 무섭게 텁텁한 공기가 숨을 막는다. 컥컥.


아침부터 매미는 목청껏 울어댔다. 짝짓기하고 싶다고 저렇게 울어대는데 음란 행위 혐의로 잡아가야 하는 거 아닌가? 그래도 아직 저렇게 울어대는 건 아직 음란 행위 전이라 혐의 없음으로 풀려날라나?


그래도 녀석, 참 대단하다. 이 폭염에 짝짓기를 할 생각을 다 하다니. 더워서 아무것도 하기 싫은 판에. 참 뜨거운 녀석이다.


회사에 도착하니 몸뚱이는 흐느적거리며 아무 일도 하고 싶지 않음을 선언한다. 에어컨 바람은 "강"으로 설정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살갗이 느끼는 체감으로는 지난주의 "중"보다도 못하다. 바람 방향을 상하좌우로도 돌려보고 위아래 위아래 설정도 해보고 갖가지 설정을 다 해봤지만 헛일이다.


아 몰라. 세안이나 하고 와야지.

좔좔좔좔.

누가 찬물을 미지근하게 덥혀놨지. 찬물 나오라 오버. 어디 갔냐 찬물. 집 나간 찬물을 찾아요.


그래도 다행인 하루였다. 무슨 이유에선지 태양은 구름 뒤에 숨어 얼굴을 들이밀지 않았다. 녀석, 매미가 하도 울어대는 통에 짝짓기 하는 거 보기가 부끄러워 그리도 숨었나 보다. 매미가 아니었더라면 저 녀석 얼굴 들이밀었을게다. 그리고는 아무렇지도 않은 양 세상을 온통 찜통 데우듯 아궁이 불을 지폈을 것이고 거리의 사람들을 옷 입은 찜닭으로 만들었겠지. 입에 산삼 하나 물고 나면 그야말로 한방 삼계탕이 될 뻔한 그런 날이었다.


사람의 모습으로 출근해 사람의 모습으로 퇴근에 성공한 것만도 감사할 하루다.


집에 돌아오니 아내가 향이 좋은 비누가 있다며 냄새를 맡아보라고 한다.

킁킁킁킁.

냄새를 맡고 있던 내게 옆지기가 한마디 한다. 무슨 냄새를 변태같이 맡고 있냐고. 난 단지 냄새를 맡아보라고 해서 냄새를 맡아본 것인데 냄새를 맡는 행위를 가지고 변태스럽다고 하면 난 앞으로 냄새를 맡지 말라는 것인가?

에혀 서러워라.


당신의 저녁은 무사하나요? 어떤 좋은 꿈을 거닐고 있나이까. 나도 좀 데려가 주오. 고단한 몸 푹잠 할 수 있는 그 꿈속으로.


오늘도 이렇게 소소한 하루는 문을 닫습니다.

푹 잠 홀로서기 잘들 하고 있기를.


쿠울 쿠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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