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가고 가을이 와도
여름이 간다.
숨 쉬는 것조차 힘들었던 찜통 속 같던 폭염도 이젠 안녕인가. 여름 보낼 준비도 채 되지 않았는데. 가을이 오니 여름이 가는 걸까, 아니면 여름이 가니 가을이 오는 걸까. 숨 막히던 장마도 어느새 가버렸고 거칠기만 했던 태풍도 어느새 지나갔고 어느새 막바지 더위만이 발악을 한다. 덕분에 반팔 차림인데도 아침의 출근길은 여전히 지친다. 헥헥.
이왕 가는 길 곱게 가도 좋은데 막바지의 발악은 너무도 당연한 건가.
며칠 전 출근길이었다. 앞을 걷던 아주머니가 뭔가에 놀라 뒷걸음질을 쳤다. 무언가 하고 보니 풀숲으로 무언가가 노랗고 회색인 가죽을 꿈틀거리며 기어들어가고 있었다. 뱀이었다. 아흐 소름 쫙. 안양천길은 그래도 도심에 속하는데 이 도심에 뱀이라니.
제일 소름 끼치는 녀석이었지만 그보다 더 급한 출근길을 막을 수는 없으리라. 아마도 길 한가운데 꽈리를 틀고 있더라도 아마 발로 뻥하고 차지 않았을까 싶다. 먹고사는 일이 더 급한데 감히 뱀 따위가.
두려움이란 그보다 더 다급한 것 앞에서는 별 게 아닌 거다.
어쩌면 홍콩 시민들에게 있어서도 그럴 것이다. 총칼 앞에서도 자유를 버릴 수 없었을 것이다. 태어나면서 민주주의였는데 갑자기 공산주의라니 나 같아도 못 살겠다.
사람은 용수철 같아서 누르면 누를수록 더 탄성이 생긴다는 걸 아는가 모르는가. 오늘 총칼로 눌러서 눌려진다고 그걸로 끝이 아닌 것은 너도 알고 나도 아는 걸 텐데 정치를 하는 사람들만 모른다. 채찍은 원한만 살뿐이다. 채찍보다 당근이 사람을 무너트리는데 오히려 더 효율적이지 않을까.
유독 올해는 뭔가 쥐어짜는 듯한데 해결되는 건 없고 꼬여만 가듯 그렇다. 봄에도 그러더니 여름이라고 비켜가지 못했다. 다가올 가을이라고 편히 넘어갈 것 같지는 않다.
아마도 오늘의 퇴근길은 뱀을 피해 멀리 돌아갈 것 같다. 아침의 용기는 오후가 되면 사라진다. 며칠 전 제초를 하시던 분들에 의해 잡혀서 뱀탕이 되었거나 어딘가로 멀리 도망이라도 갔으면 좋겠지만 어찌 되었는지 뒷 일을 알 길이 없으니 난 계속 뱀을 피해 멀리 돌아다니겠지.
당신의 두려움은 안녕하십니까.
두려움을 피해 멀리 돌아가고 있나요, 아니면 그 두려움 안으로 돌진하는 중인가요.
당신의 두려움이 오래가지 않기를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