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이었던 그대는 이제 을이고 을이었던 상대는 이제 갑이다
아무것도 아니다.
짜장면을 좋아하던 사람이 언제까지나 짜장면만 먹을 수는 없다.
짜장면을 좋아하다가도 짬뽕이 좋아질 수도 있고 유산슬이나 깐풍기에 푹 빠져버릴 수도 있는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 사람의 마음이 변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것이다. 그러니 사람의 마음이 변하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다.
그대를 좋아라 해주었던 인연이 언제까지나 당신만을 바라보며 웃어줄 거라는 근거 없는 자만감은 버릴 지어다. 가까이에서 손길도 주고 사랑도 주고 온 정을 줘도 모자랄 판에 관심을 일도 주지 않을 땐 언제고 변해버린 마음을 탓하랴.
갑이었던 그대는 이제 을이고
을이었던 상대는 이제 갑이다. 아니, 갑과 을이라는 건 관심이 있을 때나 성립하는 것이다. 갑도 아니다. 관심 자체가 없으니까.
원래 아무것도 아니었고 가진 것도 아니었으니 서러울 것도 없고 투덜댈 것도 없다.
그냥 아무것도 아니었고 아무것도 아니고 아무것도 아닐 것이다. 원래부터 그랬다. 허상이었고 홀로 상상의 나래를 폈을 뿐이었다.
아무것도 아님을 인정하는 순간 모두를 내려놓게 되고 가진 게 없으니 손해 볼 것도 없게 된다.
그러나 여전히 손가락 하나 간당간당거릴 욕심은 버리지 못하고
그래서 또 아쉽고 섭섭한 게 남아 있고
그래서 그대는 을이 되고 만다.
아무것도 아닌 것을 그냥 인정하고 받아들이면 되는 것을.
미련 곰탱이는 귀엽기라도 하지 이 밉상을 어따 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