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쉽지만은 않은 하루

by 생각하는냥

"아야."


고기를 씹으면서 고기를 씹고 말았다. 대개는 고기가 필요할 때 살을 씹는다고 하는데 하필이면 탕수육을 먹으면서 윗입술을 깨물고 만 것이다. 말하는 것 외에는 쓸모도 없는 입술이지만 그래도 아프니 서럽다. 왜 깨물었을까. 입조심하란 건지도 모르겠다.


시월이 그렇게 흘러가 버렸다.

시작은 좋았던 것 같은데 뭔가 모르게 복잡한 마음으로 보내버렸다. 대체로 평안했지만 불안하게 보냈다고 해야 하나? 그럴만한 일도 없었던 것 같은데 말이다.


시월의 마지막 밤이면 나이 든 걸 자연스레 입증이라도 하듯 이용의 '시월의 마지막 밤을' 어쩌고 저쩌고 하면서 흥얼거리곤 한다. 그런데 지금까지 몰랐다. 그 노래의 제목이 '시월의 마지막 밤'이 아닌 '잊혀진 계절'이라는 것을.


시월은 그렇게 흘러가 버렸다.


마저 이루지 못한 일들과 무심코 지나쳐버린 일들 때문에 다시 되새기고 싶어서 오늘은 어제였으면 좋겠다. 그러나 기억하기 싫은 일들로부터 하루빨리 더 멀리 도망갈 수 있도록 오늘이 내일이고 모래였으면 좋겠다. 그렇게 하루가 늦게 혹은 빨리 지나가 주기를 변덕스럽게 희망한다.


이제 2019년의 달력은 고작해야 두 장 남았다.

아직은 겨울이 아니라서 잠시 방심했을까? 차가운 한기가 옷 사이를 비집고 들어와 몸 안으로 들어왔다. 놔두면 몸살감기로 번질 거 같아 두터운 카디건을 꺼내 입고 이불을 덮었다.


겨울이불은 아직 이르다. 그래서 가을 이불을 반으로 접어 덮으면 제법 따뜻하다. 다만 이불을 반으로 접은 탓에 뒤척거리다가 잘못하면 엉덩이랑 등짝이 시릴 수가 있다. 그래서 이불 안에서 꼼짝하지 말아야 한다. 너무 꼼짝한 탓에 뼈마디가 욱신거릴 수가 있긴 하다. 그래서 가끔 이불 밖으로 몸을 빼내어 기지개를 켠다거나 스트레칭을 해주곤 다시 이불 안으로 쏙 들어가면 금세 다시 따뜻해진다.


참 희한하다. 넓은 길 놔두고 좁은 길을 비집고 들어가고 쉬운 길 놔두고 어려운 길을 간다. 아이들은 그 누구도 들어가지 않을 그 좁은 구멍에 들어가다 사고가 나고 만다. 정말 참 희한한 일이다. 그냥 편하게 겨울 이불 꺼내서 덮으면 될 일인데.


어제와는 다른 하루겠지만 그래도 어제랑 비슷할 거 같은 유사품이라서 세심한 주의가 따르는 쉽지만은 않은 하루가 오늘도 이어질 것 같다.

끄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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