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눈

당신의 첫눈은 언제인가요

by 생각하는냥

솔직히 비밀 아닌 비밀을 말하자면 올해 첫눈은 이미 왔었다. 도서산간 지방에 온 눈 말고 일반 지역에 이미 첫눈이 왔었단 말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알면서 모른 척하는 것인지 아직 오지 않았다고 잡아뗀다.


언제 왔냐고? 올해 첫눈은 이미 1월에 왔었다. 대한민국의 1월은 언제나 겨울로 시작하지 않나. 고로 첫눈을 굳이 따진다면 1월 중 처음 눈이 온 날이 첫눈 내린 날이 된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한 해의 첫눈은 10월이나 11월 혹은 12월에 오는 거라고 주장을 한다. 아니 주장 정도가 아니라 방송에서까지 10~12월에 오는 것이 첫눈이라고 규정하여 널리 알린다. 아, 사기꾼들. 그러나 나 역시 알면서 속아 넘어가 준다.


사실 1월에 오는 첫눈보다는 봄, 여름, 가을이 지나고 오랜 기다림 끝에 오는 첫눈이 더 운치 있고 멋지지 않은가. 그게 더 설레고 설레지 않던가. 그래서 우리는 그때 오는 눈을 첫눈이라 부르는 것이고 누구나의 기억에는 그날에 대한 추억 하나씩은 담아두고 있지 아니한가.


오래전 수업을 받던 중이었다. 누군가가 외쳤다.


"눈이다"


정확히는 초등학교, 아니 국민학교 4학년 때였다. 눈이 온다는 소리에 꼬리 치는 강아지처럼 좋아라 창가로 몰려들었다. 이내 함박눈으로 금세 운동장이 뒤덮이자 선생님은 하던 수업을 멈추고 운동장으로 나가자 하셨고 편을 언제 갈랐는지도 모르게 눈싸움이 시작되었다. 이리저리 뒹굴며 사방으로 눈덩이들은 던져졌으며 심지어는 아군인지 적군 인지도 모를 한 아이를 잡아서는 옷 안으로 그 차가운 눈 뭉치를 마구 집어넣기까지 했었다. 그날처럼 눈싸움을 격렬하게 했던 적은 그날 이후로는 없었던 것 같다.


첫눈은 기다림의 미학을 담고 있다.

그래서 그런 건가? 첫눈 오는 날의 데이트는 뭔가 색다르고 어떤 의미가 담겨 있는 듯 한 인상을 준다. 그런 특별한 날로 연애에 대한 기억이 남아 있어야 하는 게 정상이다. 그런데 기억을 꺼내어 아무리 뒤집고 털어도 특별히 데이트다운 데이트의 기억이 없다. 어라? 그 많은 날 동안 왜 그런 기억이 없지?


세상에는 감성적인 인간과 비감성적인 인간이 존재한다. 희한하게도 남녀 중 하나가 감성적이면 꼭 다른 이성은 비감성적이다.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대체로 그렇게 커플이 만나는 듯싶다. 그리 되면 한쪽은 첫눈에 데이트를 하자 그런다. 그럼 다른 한쪽은 첫눈이 무슨 대수냐며 그냥 겨울날의 그저 그런 하루일 뿐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첫눈 오는 날에 대한 데이트라는 기억이 별로 없는 거 같다. 아니다. 어쩌면 감성 많은 인간이 비감성적인 인간과 하도 많은 데이트를 하다 보니 수많은 데이트 중의 하나로 기억해서 특별한 기억을 끄집어내지 못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여하튼간에 그래도 많은 사람들이 첫눈에 대한 특별한 사랑의 의미를 담아둔다고 가정한다면 인구가 줄어드는 대한민국의 특성상 첫눈 오는 날은 그 해의 공휴일로 지정하여 모든 일과 업무로부터 해방케 하여 한다고 주장해본다. 그 날 사랑을 장려하는 것이 대한민국으로서도 매우 합리적이고 바람직하지 않나 하는 씨알도 먹히지 않을 말도 안 되는 상상을 해 본다.


그래도 오래된 부부에게는 먹히진 않을 테지만.


"여보, 첫눈이 와."


"응"


...........


"아니, (강조) 첫눈이 온다고...."


" "


이럴 것이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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