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는 소소한 일상

by 생각하는냥

쉬잇.

이건 정말 비밀인데 교육부 장관직에 임명이 되면 날씨를 관장할 수 있대. 수능일만 되면 날이 추워지는 게 증거야. 그런데 이거 비밀 아니었어? 나만 아는 게 아니었나 봐.


신기하게도 수능일만 되면 멀쩡하다가도 추워진다.

계절이 바뀌는 경계선에는 항상 비가 온다. 그래서 지난 주말 을씨년스러운 기운이 깃든 빗방울이 떨어지길래 바로 추워질 줄 알았다. 천둥번개까지 쳤으니 그럴 법도 하다 했다. 그런데 다음날 의외로 춥지 않았다. 원래 그쯤 되면 추워져야 하는 게 당연할 텐데 말이다. 그래서 일기예보를 보니 며칠 후에 있을 수능일 전날 비 소식이 있고 바로 그다음 날 수능일에 맞춰 추워진다는 게다.


일기예보가 종종 틀리곤 하는데 유독 수능일에 대한 예보만은 집착이라도 하듯 딱 맞아떨어진다. 단 한 번도 수능일 날씨예보는 틀린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예보대로 어제 스산한 바람과 함께 굵은 빗방울이 떨어졌으며 잘 익은 낙엽들이 우수수 떨어져 밤거리를 채웠다. 마치 수상식에라도 가는 카펫 길을 밟는 것처럼 퇴근길을 들뜨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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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올해 마지막 가을밤이 되겠구나 싶은 생각에 폰을 꺼내 들어 녀석의 가는 길을 담아두었다. 지극히 주관적이지만 왠지 아련하다.


그리고 오늘 아침 어제 내렸던 빗방울이 옹기종기 모여 만든 웅덩이는 빙판이 되어 있었다. 찬 바람에 볼이 시린 것도 낯선데 무려 빙판까지 나서서 이제는 겨울이라고 알리니 엊그제 가버린 가을이가 그립다. 겨울 점퍼를 꺼내 입고 주머니에 손을 꽁꽁 숨겨 겨울 날씨만의 독특한 발걸음으로 출근을 하고 나니 따뜻한 차 한잔 달라고 입술이가 투정을 부린다.


잠깐만. 일단 엘리베이터는 타고.


그런데 말이다.

하필 오늘 같은 날 어김없이 층마다 그린라이트가 터진다. 누가 층마다 다 눌렀니. 누른 사람 다 나와.


빠직


하필이면 계절의 경계를 넘어서는 날 지각의 경계를 맛보는가.


문이 열리고 닫힌다.

하염없이 열리고 닫힌다.

시간은 간당간당

가슴은 콩당콩당

신경은 쭈뼛쭈뼛


출근계가 알린다. 당신은 1분 지각하셨습니다.


빠직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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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가을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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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쪽 건물 위 불빛은 우주선인가? 땡, 떴다 떴다 비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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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마지막 가을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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