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

겨울로 넘어가는 빗방울을 담아보다.

by 생각하는냥

무려 불금이다.

시계는 가장 행복한 시간 06:00을 가리킨다. 그래, 이제 퇴근이다.

누구도 건드림을 당하지 않는 시간이다.


부푼 마음으로 건물을 나서는데 어두운 가운데 제법 굵은 빗줄기가 떨어지고 있었다. 이왕이면 귀가 후에나 오면 좋았을 것을. 그나마 사무실 나오기 바로 직전 펼쳐져 있던 우산을 돌돌 말아 고이 묶어 가방 안에 잘 챙겨 넣었건만 귀찮게 또다시 꺼내 펼쳐야 한다. 아, 귀차니즘이 몰려온다.


그래도 집에는 가야겠지 싶어 귀찮음 접고 우산을 펼쳐 빗길을 걸었다. 우산 위로 빗방울이 터진다. 후드득후드득.

그 터지는 촉감이 고스란히 우산을 타고 전해져 와 손바닥을 살살 긁는다. 간질간질.


빗길을 뚫고 지나간 지 얼마 되지 않아서다.

우르르 쾅쾅쾅.

깜짝 놀라 저도 모르게 소리를 내뱉었다.

'어부 부부부부 아이고 놀라라.'

내뱉은 소리에 또 놀라 혼잣말을 한다.

'내가 뭐라고 한 거야.'


지난 주말부터 채 며칠도 지나지 않았는데 천둥번개를 동반한 요란한 비가 계속 온다. 무려 세 번째다. 겨울로 넘어가기가 원래 이처럼 힘들었던가? 겨울로 넘어가기가 원래 이처럼 요란했던가? 올 겨울은 얼마나 특별하려고 이렇게 야단일까.


그래서 이 특별하고 특이하고 무언가 의미가 있을 것 같은 빗방울을 담으려고 기록하여 기억을 하고자 한다.


찰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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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높이에서는 이쁘게 나오지 않을 것 같아 일부러 쭈그려 앉아 찍었다.

뭐 대충 손가락만 누른다. 찍는 모든 기술은 폰에 다 담겨 있고 단지 손가락만 누를 뿐이다. 뭐 그냥저냥 남길만한 컷이 나왔다 싶어 집으로 향했다.

천둥번개 뚫고 집에 와 옷을 갈아입는데 뭔가 이상타.


오잉?

바지의 엉덩이 부분만 젖어 있는 게 아닌가.

오리궁둥이도 아니고 어떻게 엉덩이만 젖지?

아하, 아마도 사진 찍는다고 쭈그려 앉을 때 바닥에 떨어진 빗방울이 터지며 엉덩이를 적셨던 모양이다.


어익후, 무려 엉덩이와 맞바꿔 얻은 사진이로구나.


빗방울을 담으려 했지만 사진에는 빗방울이 잘 보이지 않는다. 이건 아무리 봐도 나만 알겠다. 눈에 보이지는 않는 많은 빗방울이 담긴 사진이라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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