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교통으로 두 시간 넘는 거리를 가야 해서 지도를 꼼꼼히 살폈다. 요즘 지도야 앱으로 실시간 위치까지 제공해주니 웬만해선 길을 잘못 들 일이 없다.
'흠. 버스를 갈아타려면 여기서 지하철 3번 출구가 가깝네. 아, 2번 출구도 조금 멀지만 방향은 같구나.'
지하철에서 버스로 환승할 곳이 멀었음에도 당장 도착해서 헤매지 않으려고 미리 동선을 일일이 체크하였다. 쭉쭉 뻗은 지하철은 하도 많이 지나쳐서 몇 정거장을 지나쳤는지도 모르겠다. 그 사이 많은 사람들이 스쳐갔다. 정거장이 짧을 땐 많은 사람들을 관찰했는데 가야 할 길이 멀다 보니 사람들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차라리 눈을 감고 음악을 듣는 게 편하다. 취미 중의 하나인 사람 구경을 하지 않은 것도 희한할 일이었다.
드디어 버스로 갈아타는 지점에 도착하였다. 그리고 어쩌다 보니 3번 출구가 아닌 2번 출구로 나오게 되었다. 그래도 방향은 같으니까 상관없다 하고 정류장을 찾았고 이내 기다리던 버스가 왔다.
버스에 올라 2 정거장 지나칠 즈음 폰을 켜고 위치를 확인하였다. 아뿔싸. 이게 대체 무슨 일인가. 분명 머리에 그렸던 동선은 2번과 3번이 같았기에 버스 방향이 맞았는데 폰에서 확인하는 당시의 위치가 전혀 반대 방향에 내가 위치하고 있었다.
이런 젠장. 반대방향을 탔구나.
바로 내렸다. 길 건너로 가기 위해 신호등 앞에 섰다. 그런데 좀 뭔가 이상하지 않은가. 아까는 분명 2번 출구와 3번 출구가 같은 방향의 버스정류장과 붙어 있었는데 말이다. 건망증이라거나 바보가 아닌 다음에야. 뭔가 이상하다 싶어 다시 지도 앱을 확인해 보았다.
"어라? 이게 아닌데?"
지도 앱은 분명 아까 버스에서 확인했을 때에는 목적지와 멀어지는 방향에 데려다 놓더니 이제는 다시 목적지와 가까운 방향에 있다고 하는 게 아닌가. 그래, 내가 평소 신의 능력 중 하나인 "공간이동"능력을 가지고 싶어 하긴 했어. 그렇지만 솔직히 이건 아니지 않냐?
'꿈은 이루어진다'
맞기는 맞네. 이루어지긴 하네.
그런데 말이야. 그렇다고 이렇게 아무 의미 없이 이러기야?
이건 마치 악마에게 부자 되게 해 주세요 라고 소원을 빌었더니 아버지와 나를 가리키며 이미 소원을 이루었노라고 말하는 거랑 뭐가 달라. 아 그래서 악마악마 하는구나.
버럭.
추신 : 가끔 지도앱을 쓰다보면 현 위치를 이전 위치로 인식하는 경우가 더러 있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