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리스트

밥집이 밥만 파는 곳은 아닌데

by 생각하는냥

어느덧 겨울인데도 출퇴근 때 늘 가는 둑길에는 여전히 가을 향기 진한 낙엽이 반겨준다. 낙엽 구경에 정신 팔려 있는 사이 흙길을 밟다 보면 뜻하지 않은 방해꾼이 불쑥 등장한다.

신발 뒤꿈치 어딘가에 차인 조그만 돌멩이 하나가 좁디좁은 발목과 신발 틈 사이를 삐집고 들어와서는 발바닥을 찌른다. 대체 어떤 스핀각이 먹혀서 빙글빙글 돌아 신발 안으로 들어오는 것일까. 납득이 가질 않는다. 납득이.

걷다가 신발을 벗고 털면 채 몇 걸음 되지 않아 또다시 다른 돌멩이가 신발안으로 들어온다. 몇 번이나 그런 경험을 하고 나니 털어내는 것도 귀찮다. 발 냄새가 그다지 향기로운 편이 아닐 텐데 뭐 좋다고 자꾸 들어오는 걸까. 꼬랑내가 그리도 좋더냐. 요놈아.

둑길을 지나며 퍼 나른 돌멩이만 모아도 한 줌은 넘을 듯싶다. 아마도 흙길에만 있다 보니 다른 세상 구경도 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어찌 맨날 똑같이 살겠나. 사람도 맨날 같은 밥집 못 가듯이 말이다. 직장 근처에 새 밥집이 생기면 꼭 한 번은 가보는 것처럼 말이다.

지지난주에 갔던 새 밥집은 실패였다. 메뉴판부터 난잡하더니 막상 시키려니 이거 안돼요 저거 안돼요. 그래서 겨우 시킨 메뉴는 뜨악. 짜다. 이제 여기는 블랙리스트다.

또다시 새로이 발견한 곳을 추천해 직원들을 끌고 갔다.
바글바글. 일찍 갔는데도 뭔 사람들이 이리 많아. 맴이 똑같은가 보다. 신상 밥집 들리는 마음이 니나 내나 다를 게 뭬 있겠니.

밥 오기를 기다리며 한참 수다 중이었는데 종업원이 반찬을 나르다 그만 손에서 미끄러져 깍두기 국물이 튀는 사고가 터졌다. 다행히 대부분은 식탁 위로 튀었는데 그중에 딱 한 방울이 하필 사타구니로 튀었다. 하필 사타구니다.

연신 미안하다는 종업원에게 사타구니를 내밀고 닦아달라고 할 수도 없고. 휴지에 물을 묻혀 닦긴 하는데 모양새가 그리 좋진 않다.

미안하다는 종업원은 깍두기도 새로 가져다준다더니 새로 가져다주기는 개뿔. 국물이 튄 식탁 위도 닦아주지 않았다. 너도 슬그머니 블랙을 칠해준다.

우리가 또 블랙리스트에 오른 밥집은 웬만해선 안 가잖아. 그러잖아. 그러게 왜 그랬어. 밥집이 밥만 파는 곳은 아닌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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