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뻔한데도 하는 게 SNS 아니겠는가.

by 생각하는냥

외식을 하고 난 뒤 별다방에 들려 '라임 패션 티'를 주문했다. 색상도 지독하게 이쁘지만 맛도 지독하게 달달하다. 지독하게 달달하다 하니 설탕물 같이 많이 달다는 건 아니다. 적당히 달지만 생각했던 보통의 연하거나 혹은 쓰거나 한 차보다는 훨씬 달콤하여 기분을 지독하게 달래줄 것 같아 지독하게 달달하다 라고 표현한 것이다. 그러니 오해는 하지 말고 커피를 싫어하는 이들에게는 적극 권장하는 바이다.


어쨌거나 지독하게 이쁜 색이니 사진을 안 찍을 수 없었다. 몇 컷 찍었더니 아내 왈,


"잘 찍네. 이런 건 또 어디서 배운 거야. 진짜. 이거 또 브런치에 올리려고 그러지?"

"아닌데"

"에이. 올릴 거잖아."

"이건 사진이니까 인스타에 올릴 거야."

"인스타도 해?"

"어. 인스타는 사진만 올려. 그리고 내용에는 뭐 이런 식으로 간단하게 적지. 예를 들어서 빨간 신호등을 찍어서 올리고는 이렇게 적는 거야. 인생은 잠시 적신호."

"뻔하네. 그다음은 이런 식으로 쓰겠네. 당신의 인생이 지금 적색이라면 언젠가 다시 녹색이 들어옵니다. 그러니 힘내요. 곧 녹색이 올 테니. 뭐 이런 식으로 적을 거지? 뻔해."

"빙고"

"토나와. 너무 뻔해서."

"웩웩..."


그리고 난 그 스토리를 그대로 브런치에 올리고 있고 사진은 인스타에 올리고 있다. 뻔한데도 하는 게 SNS 니까.


"당신의 인생이 지금 적색이라면 언젠가 다시 녹색이 들어옵니다. 그러니 힘내요. 곧 녹색이 올 테니. 그리고 토 나오면 잠시 쉬었다 가세요."



추신 ) 오후에 커피를 마시면 저녁에 잠을 못 자기 때문에 일부러 티 종류에서 고른 메뉴였다. 카페인에 취약한 몸뚱이다 보니. 그런데 검색을 해보니 디카페인 커피보다도 더 많은 함량의 카페인이 든 음료라는 매우 놀라운 검색 결과가.....


3시 30분에 잤는데 어떻게 채 두 시간도 되지 않은 5시 20분에 두 눈동자가 말똥말똥하게 빛나며 단잠을 깨울 수 있단 말인가.


3시 30분에 잘 때만 해도 몰랐다. 왜 잠이 안 오나 했었다. 그냥 그런가 보다 했었다. 그렇게 늦게 자고 이렇게 일찍 깨서 눈이 말똥 말똥거린 것은 단 한 가지 이유밖에 없다. 카페인에 취약한 몸뚱이는 자연스레 알고 있었던 것이다.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감지했다. '너 인마 넌 분명 카페인을 퍼마신 게 분명해'라고.


너무 말똥 말똥거린다. 이를 어쩐다냐.


이러다 말똥구리가 되는 건 아니겠지?


이런 꼼수로 카페인을 퍼 먹이는 별다방은 각성하라. 각성하라. 어쩐지 지독하리만치 이쁜 색에 지독하리만치 달달한 맛이 더라니.


이어폰 줄로 시작한 하루의 지독함은 두 눈을 감고도 끝난 게 끝난 아니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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