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가는 겨울 풍경
천혜향은 귤보다 달고 맛있지만
껍질이란 놈이 참 고약하다.
껍질이 얇긴 한데 질겨서 벗기는 것만 잘하는 나조차도 벗기기가 힘들다.
손톱을 넣어서 벗기다 보면
어김없이 껍질은 손톱 밑을 파고들어
'아야야야'
를 엉겁결에 외치게 하고는 겁나 아픈 통증을 준다. (나쁜 놈)
만 하루 동안 손톱 밑에 통증을 달고 다녀야 한다. 주렁주렁.
그렇게까지 하며 먹었던 천혜향이었는데
출근한 사이 나머지가 싹 다 사라져 버렸다.
어쩐지 퇴근하고 오니 아내가 천혜향 반을 쪼개 주는 것이다.
고맙다며 먹었는데 마지막이라서 줬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
이 겨울의 천혜향은 이제 이별이다.
아픔을 주는 사람은 아무리 달달해도 이제 잊어야 하는가 보다.
그래, 나 이제 딸기로 갈아탈 거야.
겨울 동안 오지 못했던 눈송이가 이틀 동안 내렸다.
오랜만에 참 많이도 눈송이가 날렸다.
마치 하늘나라 선녀님들이 지상에 내려와 춤을 추며 뿌려대기라도 한 듯
눈송이는 바람과 함께 하늘로 향해 치솟기도 하였다.
그래서 그런가?
지상에 이쁜 사람들이 참 많아졌다.
눈이 나빠진 건가?
그런데 말이다.
그렇게까지 내렸는데 눈이 좀 쌓여야 하는 게 정상 아닌가?
펑펑 내린 눈은 다음 날 아침 자동차 위에 숨어있는 녀석들을 빼고는
싹 다 도망가버렸다. 누가 내 눈을 다 먹어 치운 것인가.
둘러보니 거리마다 염화칼슘 덩어리가 동네 양아치처럼
골목마다 골목마다 장악해 버렸다.
여보쇼. 껌 좀 씹으셨나 봅니다.
내 눈덩이를 죄다 그대가 쳐드셨나 봅니다.
겨울이 간다.
내가 가지기는 싫고 그렇다고 남 주기는 더 싫은 그렇고 그런 겨울이 간다.
벌써 2월 말을 향해 열심히 달린다.
추워서 싫었는데 그냥 이대로 떠나버리면
아마도 그리워지기는 할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