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의 금요일

13일의 금요일 저녁에는 심부름을 시키지 말자

by 생각하는냥

오늘, 14일 화이트데이의 전날이라고만 생각했는데 기분 나쁘게 누군가 알려준다. 13일의 금요일이라고. 몰랐을 땐 아무렇지 않았는데 알고 나니 은근히 나쁜 일이 일어날 것만 같이 찝찝해졌다. 나쁜 사람. 그런 건 아는 게 매너 아니던가.


13일의 금요일이라는 이유로 칼퇴를 한다. 모두 퇴근하고 혼자 남으면 오싹하지 않은가.


마침 넷플릭스에서는 오늘 '킹덤' 시즌2가 개봉하는 날이다. 아는 사람은 알겠고 모르는 사람은 모르겠지만 모르는 사람을 위해 정보를 제공하자면 이 드라마는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한국형 좀비 드라마다.


쨔잔.


오래 기다린 보람이 있었다. 1화를 보고 나서 2화를 매우 진지하게 몰입해 보는데 갑자기 아내가 새콤한 게 먹고 싶다는 게다. PM 10시 30분을 넘어서서 바깥은 매우 캄캄하고 코로나19 때문에 사람들도 드물어 13일의 금요일 저녁 분위기로는 매우 적합한 밤공기였다.


'그런 13일의 금요일 저녁에 새콤한 걸 사러 밖에 내보내야겠니?'


그래도 나가란다.


'오늘 13일의 금요일이라고. 무셔워.'


그래 봤자 소용없다. 기어이 새콤한 걸 먹겠단다.

그냥 새콤한 거 아무거나 사 오라는데 그 새콤한 거의 기준이 뭔지 모르겠다 하니 그럼 사진을 찍어서 보내란다. 그럼 그중에서 찍어주겠다고.


현관문을 열으니 밖은 유난히 어두웠다. 저 멀리 아파트 복도 끝의 시커먼 곳에서 좀비가 달려들 것 같이 그렇게 어두웠다. 정말 유난히 인기척도 드물었다. 이렇게 조용한 날에는 뭐가 튀어나와도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


엘리베이터는 1층에 도착하자 이내 문이 열렸다. 경비아저씨는 순찰을 나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그때였다. 웬 사내 하나가 하얀 비닐봉지를 빙빙 돌리며 기분 나쁜 미소를 지으며 앞으로 쓰윽 돌진해오는 게 아닌가. 앞에 사람이 있는데도 비키지 않고 직진으로 다가오니 등골이 오싹거리며 아주 잠깐 잊고 있었던 사실을 상기시켰다.


'오늘은 13일의 금요일 저녁 밤이야.'


놀란 나머지 몸이 움찔거리며 뒤로 물러났다.

그리고

그리고

순간 코를 자극한다.

알코올이다.


'이 미친놈아. 술을 처먹을 거면 곱게 마셔.'라고 속으로 외친다.


가까운 편의점에 들어가 새콤한 게 뭐가 있을까 둘러보았다. 음료 메뉴가 하도 많으니 잘 모르겠어서 사진을 찍은 다음 아내에게 깨톡을 보냈다. 보낸 지 1분 정도가 지났는데도 1이 바뀌지 않았다. 사진 찍어서 보내라 하고는 왜 확인을 안 하지?


'아. 짜장면'


전화를 세 번이나 걸었는데도 안 받고 문자를 두 번이나 보냈는데 확인도 안 한다. 깨톡으로 서너 개의 메시지를 추가로 보냈지만 역시나 확인을 하지 않았다. 젠장. 13일의 금요일이다.


불길한 생각에 얼른 음료를 사 가지고 급히 집으로 향했다. 4차선 신호등 앞에서 빨간 불이었지만 다급한 나머지 건너려 하였다. 그런데 차 한 대가 다가오고 있었다. 빨리 지나가면 지나간 다음에 건너겠는데 빨리 오는 것도 아니고 늦게 다가오면 먼저 건너겠는데 늦게 오는 것도 아니었다. 어정쩡하게 오니 건너야 할지 말아야 할지 애간장을 태우게 다가오고 있었다. 빌어먹을.


'아, 짜장면.'


급하니 일단 건너버렸다. 급히 뛰어와 현관문 비밀번호를 삑삑 삑삑 누르고 집에 들어서니 아내는 환하게 웃으며 너무도 편안한 드러누워 며칠 전 사준 패드를 만지작 거리고 있었다. 와, 이건 너무하는 거 아니냐?


'내가 전화했었는데 왜 안 받았어?'


놀란 척하더니 전화했었냐며, 무음으로 해놔서 전화 왔는지 몰랐다고 너무도 태평스럽게 답을 하였다. 그러면서 내 손에 들려있는 음료를 바라보더니 이내 방바닥에 쓰러지며 투정을 부린다. 내가 말한 새콤한 건 그거 아니라며.


우쒸, 13일의 금요일 저녁에는 심부름을 시키지 말자.


킹덤 시즌2가 매우 시의적절한 타이밍에 개봉을 했구나.

아, 목이 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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