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고픈 시간

퇴근 후 집에 오면 딱 배가 고픈 시간이다.

by 생각하는냥

#저녁밥


퇴근 후 집에 오면 딱 배가 고픈 시간이다. 뱃속에서는 땡땡땡 종 치는 소리가 울려 퍼진다. 밥 먹을 시간이니 빨리 먹을 것을 주지 않으면 괴롭히겠다고 꼬르륵 거리며 협박을 한다.

아내가 끓여 놓은 김치찌개를 데우자 보글보글 거리는 소리에 마음의 안식을 찾는다. 모차르트의 피아노나 유명 가수의 노랫소리를 능가하는 안식의 소리다.

이제 밥통을 열기만 하면 포만감의 저녁식사를 할 수 있다.

그런데 뚜껑을 열어보니 밥알 한 톨 보이지 않는다. 이런, 빈 통이다. 아아, 어쩌냐. 찌개는 다 데워졌는데 같이 먹을 밥이 없다니 이럴 수가.

햇반도 없고, 그렇다고 이제 밥을 안치면 기본이 20-30분이다. 뭐 얼려놓은 밥이라도 있을까 싶어 냉동실을 열어보았다. 당연히 없다. 있을 리가 없지.

이건 당최 되는 게 없다.

이 얼마나 공평한 조물주님이신가.
하나가 있으면 늘 다른 하나를 부족하게 주시니 도저히 감사하지 않을 수가 없다. 세상을 머피의 법칙으로 가득 채우신다. 머피 참 싫다. 난 여자인 샐리가 더 좋은데 자꾸 머피가 들러붙는다. 꺼져라 이 놈아.

쌀을 씻으려다 냉장고를 열어보니 식빵이 보였다. 순간 어떤 조합이 떠올랐다. 당신도 상상하는 그 조합이다. 당연히 어울리지 않을 조합이다. 식빵과 김치찌개의 조합이 어울릴리 없다.

식빵 몇 개를 꺼낸 후 그릇에는 찌개를 담아 먹어보았다. 흠. 먹을 만 한데? 먹다 보니 그릇에 담긴 찌개며 식빵을 다 먹어 치웠다.

먹어보니 이 조합, 그다지 추천할만한 조합은 절대 아니다. 단지 배가 정말 고픈 상황이 아니라면 굳이 추천하지는 않겠다. 배고픈데 뭔들 먹지 못할까. 땅에 떨어진 것만 아니라면 곰팡이 난 것만 아니라면 뭐든 먹을 시간이 퇴근 후 집에 온 시간이다.

삶의 질을 높여주기 위해서라도 퇴근 후 집에 오면 저녁 해먹을 시간의 여유는 주어져야 하지 않겠냐고 전국의 대표님들에게 건의드려보고 싶다. 당신의 직원이 식빵에 김치찌개 조합의 저녁식사를 한다면 말리고 싶은 충동이 생기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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