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 5분 전의 엘리베이터 앞에서의 콩닥거림과 애절함에 대하여.
#출근5분전
어쩌다 보니 게으른 뇌 탓에 늦잠에 지각까지 할 뻔했지만 보폭을 빨리 한 부지런한 두 다리 덕에 건물 엘리베이터 앞에 도착했을 땐 5분의 여유가 주어진 시간이었다. 머리가 나쁘면 팔다리가 고생한다는 게 이런 얘기일 게다.
5분.
이 5분이 얼마나 중요한 시간인지는 출근시간에 간당간당하게 5분여를 남기고 엘리베이터를 기다려본 사람들이라면 굳이 설명이 필요 없을 것이다.
엘리베이터 앞에는 열댓 명의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었으며 운이 좋았는지 때마침 엘리베이터 2대가 거의 동시에 내려오고 있었다. 둘 중 하나는 지하가 아닌 바로 위층으로 올라갈 확률이 높아 보였다.
엘리베이터 2대는 거의 동시에 1층에 도착하였고 문이 열렸다. 그런데 이게 어찌 된 일인가. 두대 모두 지하로 내려가는 불이 들어온 것이다. 하필 이 타이밍에 말이다. 한대는 사람이 타고 있어서 그렇다 치더라도 다른 한대는 사람이 없었음에도 지하로 내려간다 하여 기다리는 열댓 명의 심장을 들었다 놨다 했다.
젠장, 폭싹 망했다.
나쁜 사람들 같으니.
8시 55분에서 9시 사이는 하루 중 가장 간절한 사람들이 1층 엘리베이터 앞에 모여있는 시간이다. 그 사람들의 가슴 콩닥거리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단 말이냐. 그 사람들의 애절한 눈빛이 보이지 않더냔 말이냐. 이 시간에 지하라니. 지하라니! 좀비도 아닌데 해가 뜬 시간에 지하는 왜 내려가냐고.
에라. 모르겠다.
셔터맨이 되어 1초라도 더 빨리 가야지 싶어 일단 빈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 그리고 당연히 엘리베이터가 아래로 내려갈 거라는 걸 알고 있음에도 습관적으로 사무실 층수를 눌렀다. 어? 그런데 이게 대체 뭐지? 엘리베이터가 아래가 아닌 위로 올라가는 게 아닌가.
보통 이런 경우 방향이 바뀐 거라 다시 문이 열려야 하는데 그냥 바로 위로 올라가버린 것이다. 한 사람만을 태운 엘리베이터는 마치 VIP 고객을 태운 고속열차라도 된 것 마냥 논스톱으로 달렸다.
순간 귀가 간지럽고 온 몸이 따가워진다.
1층에서 함께 기다렸던 그 열댓 명의 사람들의 입술은 나를 욕하고 있을 것이고 그 열댓 명의 눈동자는 건물벽이 뚫어지듯 따가운 눈빛을 쏘아내고 있으리라.
"동지에서 적으로"가 바로 이런 느낌이구나?
순간 코로나19에 감사한다. 덕분에 쓴 마스크 때문에 얼굴이 덜 팔렸으니. 그리고 다행히 내일부터 연휴다. 연휴 동안 나란 존재는 그들의 기억 속에서 금세 잊어버릴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에게 난 오늘의 최악의 빌런으로 등극당했을 것 같다.
그러든지 말든지, 의도하지 않았지만 난 SAFE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