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량남편2

옥수수를 옥수수라 하지 못한

by 생각하는냥

연휴 중 사회적 거리두기를 핑계로 집에만 있으려고 방바닥을 뒹굴러 다니고 있었다. 그 꼴을 보다 못한 옆지기가 일단 밖을 나가자 한다. 말을 듣지 않으니 몇 시까지 채비를 하지 않으면 밥이 없을 줄 알란다. 말을 도저히 알아먹을 것 같지 않으니 램프요정 소환하듯 아무 쓸모없는 불량남편의 이름 석자를 소환하셨다. 이름 석자가 불려진다는 것은 그다음은 화산이 폭발한다는 것을 의미했다. 결국 그 마지막을 버티지 못하고 몸을 일으켰다.


아이고 삭신이야.


본인은 나갈 준비를 해야 한다며 물과 방울토마토를 챙기라는 미션을 주신다. 나름 아무 쓸모없는 남편이지만 이 작은 미션이라도 수행하여 조금은 쓸모 있는 남편이라는 것을 증명하고자 열심히 챙겼다. 방울토마토 몇 개를 씻어 비닐에 담고 물통에 물을 채워 나갈 채비를 하였다.


이제 조금은 쓸모 있는 불량남편일까?


나갈 채비를 마친 아내가 밖을 나서려 할 즈음 문득 아내에게 물었다.


"자동차 열쇠는 있어?"

"아 맞다. 열쇠. 열쇠 어디 있지?"

"그러게. 열쇠가 어디 있을까요?"


아내는 열쇠를 찾다가 내 말투에서 뭔가 이상한 점을 발견했는지 열쇠가 어딨냐고 추궁을 하기 시작했다.


"왜 내가 알고 있을 거라고 생각해?"

"....."


말없이 쏘아보는 아내의 눈빛에 이내 꼬리를 내리고 주머니에서 자동차 열쇠를 꺼내었다.


"어떻게 알았어?" 물으니 아내는 굳이 답변을 안 하고 주차장으로 향했다. 저분 고수의 향기가 풍긴다.


운전대를 잡은 아내를 위해 옆자리에 앉아 걸리적거리지만 않게 뭐라도 하고 있으려고 일단 방울토마토를 입안 가득 물고 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길 한 구석에서 옥수수 푸드 트럭을 발견하였다. 본능적으로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옥수수를 외쳤다. 그런데 입안 가득 찬 방울토마토 때문에 옥수수는 그만 "오우우"라고 외치고 말았다.


운전 중이던 아내는 뭔 말인지 모를 '오우우'에 당황스러워하며 놀란 표정을 지었다.


"왜왜?"


입안 가득 채운 방울토마토를 급하게 삼키고는 이내 말을 이었다.


(웃으며) "아니, 옥수수 판다고."


그러자 아내의 한심하다는 눈빛이 한 여름 정오의 내려쬐는 햇볕처럼 따가웠다.

그 뒤의 상황은 묵음 처리하겠다. 무슨 일이 있었을지는 불량남편을 두었거나 혹은 본인이 불량남편이거나 아니면 불량남편을 가까이에서 본 사람이라면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지 않을까?


그래도 불량남편은 아내의 뒤를 따라 졸졸 따라다니다가 잘 귀가하였다는 아름다운 결론으로 하루를 마감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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