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의 소소한 오전의 일상

칙칙폭폭 칙칙폭폭 뿡뿡

by 생각하는냥

편의점에 가면 요거트에 토핑을 넣어서 먹는 게 있다. '비요뜨'와 '토핑'이라는 이름으로 판매되는 것들이다. 끼니 해결용으로는 턱없이 부족하지만 아쉬운 대로 족하다.

밖에서 먹고 사무실에 들어갈까 아니면 사무실에 가지고 가서 먹을까 고민하다 그냥 후자를 택했다. 나름 조용히 먹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요거트에 적시면 그나마 바사삭 거리는 소리가 덜하겠지 싶어서.

그러나 요거트에 충분히 적셨음에도 불구하고 토핑은 입안에서 바사삭 거리며 부서지는 바람에 옆 자리 동료에게 민폐 아닌 민폐를 주고 말았다. 입안에서 녹여먹어야 하나? 이왕 사 오는 김에 하나를 더 사 올 걸 그랬나? 공범이라도 만들게.

그런데 이런 건 호불호가 있어서 사줬는데 안 먹고 책상 위에 오랫동안 방치되기라도 하면 사준 사람의 호의가 무시된 것 같아 마음의 상처를 받기도 한다. 아니다. 먹을만한 다른 걸 사 왔더라면 눈치가 덜 보였겠지. 순간 왜 생각을 못 했을까.

눈치 보며 먹다 보니 칠칠치 못하게 요거트 한 방울이 떨어졌다. 하필이면 사타구니 근처였다. 다행히 옆 자리의 직원이 남자였지만 뻘쭘하게 사타구니를 닦고 있을라니 남사스럽다.

겨우 다 먹고 나서 마지막 의식을 행했다. 성스럽게 요거트 뚜껑을 핥아먹는 일이다. 핥는 모습에 따라 매우 야만스럽기도 혹은 성스럽기도 한 행위이다. 핥아먹지 않고 버리기엔 음식물을 버리는 것 같아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것은 어쩔 수 없음이다.

의식을 다 치르고 나니 그제야 다른 직원이 들어오더니 옆자리 동료와 업무 미팅이 이뤄지고 있었다. 어쩌고 저쩌고 하면서 이야기를 나누던 중이었는데 그때 내 휴대폰에 전화가 울렸고 이어폰을 꽂아 전화를 받았다.

아는 지인으로부터의 전화였는데 지인의 휴대폰이 고장이 난 것인지 지인의 목소리보다 잡음이 엄청 많이 섞여 들려 도저히 들리지가 않았다. 그래서 다짜고짜 그에게 말을 건넸다.

- 시끄러워 죽겠네. 조용히 좀 해봐.

그러자 뭔가 싸한 느낌이 들어 주변을 둘러보니 놀란 그들이 내 얼굴을 바라보고 있는 게 아닌가? 응? 왜? 아. 2초 생각하고 나서야 왜 그런지 알았다. 시끄러워 죽겠단 말을 그들을 향해 비난하는 줄 착각했던 것이다.

- (웃으며 휴대폰을 손가락으로 가리킨다) 아니오. 전화 중이에요. 전화. ㅎㅎㅎㅎ


그제야 오해가 풀린 그들도 그제야 덩달아 웃는다. 자칫 옥수수 털릴 뻔.


이 모든 직장인의 소소한 오전의 일상은 직장인의 꽃 중의 꽃인 점심시간을 향해 끊임없이 흘러간다.

칙칙폭폭 칙칙폭폭 뿡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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