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어색함을 거쳐야 익숙함에 도달한다.
둘이 떠나 셋이 되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점심을 같이 먹던 직장 동료는 나 포함 다섯이었다. 그중 둘이 회사를 떠나 이제 셋이 되었다. 그런데 남은 나 포함 셋 중 둘은 사내커플이다. 점심때가 되면 그 둘의 오붓할 데이트에 방해꾼이 되는 것은 아닌가 싶어 슬그머니 눈치가 보이곤 한다. 대신 식후엔 산책을 핑계 삼아 바로 사라져 준다.
하루는 커플 중 남자가 아파서 결근을 하였다. 그리고 그 날 커플 중 여자는 다른 약속이 잡혔다. 그리하여 어쩌다 보니 혼밥을 해야만 했다.
혼밥이 부담스럽다거나 싫은 것은 아니다. 단지 홀로 가서 4인 상을 독차지하고 있을 때 가게 주인의 따가운 시선이 싫을 뿐. 그래서 이런 날은 사람들 식사가 마무리되어가는 시점인 오후 2시 안팎의 느긋한 식사를 즐기는 편이다.
그런데 다른 팀 직원에게 카톡이 왔다. 점심에 삼계탕을 먹으러 가려고 하는데 같이 가자는 거였다. 아마도 위에서 언급한 커플인 여자가 본인이 약속을 잡게 되면서 미안했던지 나를 챙겨달라고 다른 팀에게 부탁을 했던 모양이었다. 굳이 그럴 필요까지는 없었는데 말이다.
거절을 하려고 했는데 한번 거절을 하게 되면 다음에는 챙겨주지 않을 거 같아 거절을 하지 못하고 같이 가기로 하였다. 설마 꿔다 놓은 보릿자루가 되지는 않겠지.
회사에 별도의 방이 있는 건 대표님과 우리 팀뿐이다. 그래서 거의 문을 닫고 생활을 하다 보니 메인 공간의 직원들이 점심을 먹으러 가는지 혹은 퇴근을 하는지 아니면 뭘 사다 먹는지를 잘 모를 때가 많다. 그러니까 점심 먹으러 갈 즈음이 되면 당연히 같이 가자고 할 줄 알았다. 설마 설마.
업무에 집중을 하던 중 뭔가 낌새가 이상하다는 걸 알아차렸을 땐 이미 점심시간이 5분이나 지난 뒤였다. 그 설마가 현실이 되는 순간을 알게 되었을 때의 당황스러움이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밖에 나와보니 모두 식사를 하러 가고 아무도 없었다. 밥을 같이 먹으러 가자고 했던 직원에게 카톡이나 문자가 왔었나 싶어 폰을 뒤적거렸는데 그런 흔적은 전혀 없었다. 뭐지? 싸늘하다.
일단 식사를 하자고 했던 식당으로 향했다. 그곳에는 이미 그들이 도착해 있었고 순간 꿔다 놓은 보릿자루가 된 나는 어디에 앉아야 할지 눈치를 보게 되었다. 마침 정 가운데 자리가 비어 있었는데 미리 주문했던 식사 메뉴로 봐선 그 자리가 내 자리인 것 같았다. 꿔다 놓은 보릿자루는 대충 눈치껏 그 자리가 내 자린가 싶어 앉았는데 모두들 아무 말이 없는 걸로 봐선 여기가 내 자리가 맞았다. 그제야 안도의 한 숨을 내쉬게 되었다.
미리 주문한 메뉴는 닭죽이었다. 그런데 말이다. 식사라는 게 같이 하는 사람들의 호흡이라는 게 있다. 너무 늦게 먹어도 너무 빨리 먹어도 안 되는 것 말이다. 같이 먹던 멤버들이 아니다 보니 그들의 식사속도를 맞추기 위해 뜨거운 죽을 식혀가며 먹어야 하다 보니 급하게 먹을 수밖에 없었다. 아마 식사를 하는 도중에 그렇게까지 아무 말 없이 입 다물고 먹기는 처음이지 않았나 싶다. 소화력이 딸린다거나 혹은 나이 탓일 수도 있겠지만 꿔다 놓은 보릿자루는 그 날 죽을 먹고 체하고 말았다.
그래서 꿔다 놓은 보릿자루는 다짐하였다. 꿔다 놓은 보릿자루가 되기보다는 혼밥이 사랑스러운 거라고. 어색한 무리에서 외로운 존재가 되는 것보다야 애초에 혼자가 훨씬 나은 거 아닐까.
그런데 말이다.
만약 그들이 나와 늘 함께 먹던 점심 멤버들이었더라면 나를 어설프게 챙기진 않았을 것이다. 처음부터 어색한 건 너무도 당연한 게 아니었을까? 그 어색함을 거쳐야 익숙함에 도달하게 될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