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에피소드 모음

가볍게 읽고 가볍게 지나가시길. 그저 소소한 일상의 기록일 뿐이니.

by 생각하는냥

일상 에피소드 모음



-EP 1-


양말은 끊임없이 탈출을 시도한다.


밖에 나가려고 하면 어찌 알았는지 양말은 꽁꽁 숨는다. 그래도 꿋꿋하게 찾아내어 신어 제꼈더니 결국 녀석은 최후의 방법을 선택하고 말았다. 제 몸에 구멍을 낸 것이다. 이제 떠나보내야 할 때가 되고 말았다.


흠이 생겼다고 멀리 떠나보내는 내가 매정한 것일까

아니면 내 곰발바닥에서 탈출하고 싶었던 양말의 의지가 강했던 것일까.



-EP 2-


출근길인데 몇 걸음 앞의 남자 머리 위로 뽀얀 하얀 구름이 둥실둥실거린다. 그의 손에는 전자담배가 쥐어져 있다. 무늬가 바뀌고 냄새가 바뀌었다 하더라도 어차피 제일 문제가 되는 니코틴은 그대로다. 늑대가 양의 탈을 썼다고 양이 되지는 않는다.


그러더니 이번에는 길가 옆의 풀밭 쪽으로 뱉어도 될 침을 굳이 길바닥에 대놓고 뱉는다. 본인의 침을 누군가 밟게 된다면 복 받을 거라고 생각하나 보다. 생긴 건 멀쩡한데 양심은 겁나 못 생겼다.



-EP 3-


엘리베이터 안이다.

문이 닫히지 않아 열심히 닫힘 버튼을 눌렀는데 그래도 닫히지 않았다. 가만 보니 한 아가씨의 장우산이 엘리베이터 문 앞에 살짝 걸쳐 있었다.


"우산요, 우산"


본인에게 하는 소린지 모르는 모양인지 움직이지 않았다. 더욱 크게 외쳤다.


"우산 치우시라고요. 우산"


그래도 본인에게 하는 소린지 모르는지 그녀는 움직이지 않았다. 애써 우산을 뻗어 그녀의 우산을 툭 건드렸다. 그제야 센서는 엘리베이터 문을 닫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본인에게 하는 소린지 모르는 듯 고집스럽게 엘리베이터 문 앞에 뻣뻣이 우산을 세운 채 서 있는 아가씨의 모습은 상당히 고집스러워 보였다.


꼰대는 나이 든 사람의 전유물이 아니다고 주장하는 행위예술가는 아닐까? 가져가고 싶으면 가져가거라. 옛다 먹어라 '꼰대'.



-EP 4-


티브이를 보고 있는데 박원순 시장의 실종 소식이 들려왔다. 순간 뒤통수를 얻어맞은 듯 멍해졌다. 두 눈이 두 귀가 의심을 하게 한다. 어? 왜? 코로나 19라는 상황에서? 한참 부동산 대책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그리고 이어지는 비보. '자살'.

다음날 예상치 못한 의혹과 더불어 예상했던 정치적 공세가 시작되었다. 죽어서도 자유롭지가 못하는구나.


변호사였음에도 불구하고 누구나 쉽게 선택하지 못했을 시민운동가로서의 어려운 길을 걸어왔다. 그리고 서울시장 3선이라는 누구도 해내기 어려운 일을 해냈으며 또한 그 쯤이면 누구나 권력을 누렸을 거라고 생각했을 터인데 어이없게도 그의 재산은 마이너스라 한다. 한 가장으로서 가족들에게 미안했을 것 같은 삶은 아니었을까도 싶어 씁쓸하다. 여전히 그의 너덜너덜한 구두가 떠오른다.


발인은 13일 어제였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P 5-


빗소리를 듣겠노라고 창문을 열고 자다가 찬 바람에 한기를 느껴 덜덜 떨며 잠에서 깨었다. 얼른 일어나 창문을 닫고 이불을 하나 더 꺼내어 덮고 누우니 금세 따뜻해져 포근한 잠을 이루었다.


비가 갠 하늘이지만 종일 흐렸다. 비가 언제 또다시 내린다 해도 어색하지 않을 하늘이었다.


분명 개운한 잠자리였는데 오후가 되니 꾸벅꾸벅 졸기는 매한가지다. 잠을 잘 자고 못 자고의 문제가 아니라 그냥 오후가 되면 조는 게 습관이 된 건 아닐까? 대부분의 결과는 행동에 대한 결과지만 반복이 되면 행동이 바뀌어도 똑같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그래서 습관이 무서운 게다.


카페인 말고 잠 깨는 방법이 뭐가 있을까? 잠 깨는 습관은 왜 없는 걸까. 대체로 좋은 건 습관으로 물들지 않는 것 같다.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 그랬으니 어딘가 구석에 박혀 자보는 걸 연구하는 게 좋을지도 모르겠다. 물론 사장님이 많이 싫어하시겠지만 나도 루팡이 되어 보련다. 아, 이 글이 월급루팡이라는 증거가 될 소지의 여지가 다분하니 연구하는 건 보류 하노라. 난 분명히 말했다. 보류한다고.



가볍게 읽고 가볍게 지나가시길. 그저 소소한 일상의 기록일 뿐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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