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조심
뭘 해도 안 되는 날이 있다.
이런 날은 모든 게 빠져나간다.
인연도 재물도 운도 모든 게 빠져나가는 날이다.
하루가 저물기까지 끝나도 끝난 게 아니다.
무슨 일이 어디서 터질지 모른다.
그나마 다행인 건 최악의 사건은 터지지는 않는다.
불운의 강도는 간당간당하게 최악은 아닌 일들이 터진다.
그러니 다행이지 않냐고 물을 것이다.
절대 아니다.
모기에게 한 방 물려서 심하게 간지러울 때가 있다고 가정하고,
그런데 그 한 방에서 그치지 않고 대여섯 방을 연이어 물렸다고 하자.
불운이 연이어 생기는 뭘 해도 안 되는 날은 마치 모기에서 대여섯 방을 연이어 물린 것과 비슷한 대미지다.
이제 나의 이 불운한 날의 대미지에 대한 감이 오는가?
아직도 오지 않는다고?
점심을 먹었다.
뷔페식이었고 카레, 돼지불고기, 돈가스 등등 그야말로 손이 절로 가는 메뉴들이었다.
다 먹고 나서 오후 업무를 보다가 셔츠를 보니 누리끼리한 카레 두 방울의 흔적을 발견하였다. 아니, 하필 이 녀석들은 왜 세상 구경을 나한테 들러붙어하는 거냐고.
물로 닦아내는데 지워질 리 없다. 나한테 제발 이러지 마.
전에 잠깐 연락하던 사람과 연락이 닿았다.
몇 마디 주고받다가 오해가 생겼는데 상대방의 말이 이미 선을 넘었다. 가볍게 '차단'. 그런데 심장은 쿵쿵거린다. 세상에서 사람이 젤 어렵다.
워너브라더스가 한국 영화사업에서 철수를 한단다. 영화 '마녀' 속편의 제작이 불투명해졌다 한다. 왜 하필 오늘인가. 무려 2년을 기다렸는데 그동안에 배우들은 다 늙어가겠다. 너무 하는 거 아니냐 정말.
기다리는 소식은 감감하다.
무소식이 희소식이라는 말이 있다. 웃기지 마라. 무소식은 희소식이 아니라 사람을 답답하고 갑갑하게 만들어 문드러져 죽을 때까지 구워삶아 죽이는 고문이다. 무소식이 희소식이라는 말을 대체 어떤 놈팡이가 만들어냈을까. 무소식이 희소식이라는 희망고문으로 사람 여럿 죽였으니 아마도 그 자는 지옥불에서 평생 구워삶아지고 있으리라.
이런 날 게임에 접속하면 안 된다.
열심히 달렸는데 팀이 계속 진다. 그래서 그냥 열심히만 달렸다. 당연하게도 계속 진다. 기분도 꿀꿀한데 게임마저 이러기냐. 한 번만 더 지면 널 삭제해버릴 테다.
잠깐만.
이제 겨우 오후 6시 40분이다. 자정까지 무려 5 시간하고 20분이나 남아 있다. 몸을 사려야 한다. 대체 무슨 나쁜 일이 더 튀어나오려나. 이 중에서 제일 대미지가 큰 걸 이마에 써 붙여야겠다. "사람 조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