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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각하는냥 Feb 09. 2023

사랑의 이해

지극히 주관적인 생각이 가미된 아재 수다식 드라마 후기 '사랑의 이해'.

지극히 주관적인 생각이 가미된 아재 수다식 드라마 후기 '사랑의 이해'.

※ 스포가 짭짤하게 첨가되어 있음.


방영하는 동안 이 드라마에 대한 후기를 짧게라도 남기고 싶었다. 하지만 참을 수밖에 없었다. 중간 중간 할 말은 많았지만 끝까지 보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고속도로로 가다가 갑자기 사잇길로 빠져서는 네비에 없는 길로 가니까 좋아요를 눌러야 할지 싫어요를 눌러야 할지 고민하게 만들었달까.


이제 마지막 1회 만을 남긴 상태라 아재 수다를 좀 떨까 한다.


맨 처음부터 시청했던 드라마는 아니었다. 8회가 방영된 이후에야 넷플릭스에서 정주행을 시작하였다. 요즘 뜨는 드라마는 대부분 shorts에 나오기 마련인데 이 드라마의 짤은 거의 없었기 때문에 딱히 흥미진진한 전개는 아닐 거라는 추측을 할 수 있었다. 그래도 이 드라마의 시청을 선택하게 된 것은 믿고 보는 유연석 배우 때문이었다.


이 드라마는 4각 관계 구도다. 남녀 주인공 하상수(유연석 분)와 안수영(문가영 분), 그리고 조연인 박미경(금새록 분), 정종현(정가람 분)이 서로 러브각을 세우며 전개된다. 드라마의 분위기는 달달한 로맨스가 아니라 카카오가 99% 첨가된 쓴 맛 가득한 초콜릿이다. 


처음에는 하상수와 안수영이 남녀주인공이니까 당연히 둘이 사귀겠지 싶었다. 그런데 이어질 듯싶더니 이어지지 않는 초반의 전개에 물음표를 짓게 되었다. 그러더니 각자에게 어울리는 짝을 만들어서는 짝 지어주는 게 아닌가. 하상수는 부잣집 딸이지만 자존감 강한 박미경과, 안수영은 착하디 착한 남자 정종현과 그렇게 8회까지 너무도 자연스럽게 흘러갔다. 주연끼리 매칭이 안 되는 로맨스 구도라 사랑의 다양한 모습을 그려주려나 싶었다. 


그런데 9회부터 갑자기 캐릭터가 돌변한다. 그 자존심 강하던 박미경은 남자친구 하상수를 위해 친구들 앞에서 허세를 떠는가 하면, 그 착하디 착하던 정종현은 세상에서 가장 하찮은 캐릭터로 바뀐다. 응? 이건 아니잖아. 이때부터 남주와 여주의 사랑을 위한 작가의 빌런 짓이 펼쳐진다. 


남녀 주인공은 전생에 고구마에 한이라도 맺힌 듯 고구마 오만팔천 개를 먹은 듯한 답답한 행동을 한다. 더불어 남녀 조연의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은 남녀 주인공이 다시 눈 맞아야 한다는 당위성을 부여하려 하였다. 심지어 남자 조연 정종현이 얼마나 빌런 짓을 해대는지 착한데 최악의 빌런 짓을 시전 하니 뿔난 시청자들은 그런 정종현에게 '코봉이'라는 별명까지 지어주었다. 코봉이는 금세 동네북이 되었다. 


하상수와 안수영은 둘 다 착한 병에 걸려 버렸다. 하상수는 자신의 여자 친구가 있음에도 연민을 느끼는 여주 안수영에게 한없이 무너지고, 여주인공 안수영은 그런 하상수를 밀어내려고 자신을 부서뜨린다. 진짜 한마디로 사랑 참 더럽게 어렵게 한다.


빠른 전개와 자극적인 화면들에 입맛이 길들여진 시청자들 앞에서 PD와 작가는 무슨 배짱으로 이렇게 어려운 길을 선택했을까? 그것이 참 신기하다. 욕하면서도 보게 한다. 대체로 욕하면서 보게 되는 드라마는 막장이다. 그런데 이 드라마는 막장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16회까지 달리게 만든다.


후기를 쓰면서 계속 불평을 날렸음에도 불구하고 이제 와서 이 드라마의 장점을 쓰려고 하는 건 아니다. 단지 이 드라마를 보는 내내 느꼈던 생각을 그냥 적어 나가는 것이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에 대해 얼마나 이해를 하고 있었던 건지, 나의 사랑은 어떤 사랑이었는지를 곰곰이 생각하게 한다. 그것만으로도 실패한 드라마는 아니라고 본다.


그리고 말이다.

어제 15회는 보다가 자고 말았다. 사랑타령도 좋지만 잠이 더 꿀인 건 어쩔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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