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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각하는냥 Feb 14. 2023

15분

부동산 재테크 세미나 참석 가능하세요?

전화가 울렸다. 모르는 번호의 대부분은 광고 전화일 가능성이 다분하다. 하지만 업무전화일 수도 있잖아.

푸른색 버튼을 끌어당겨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안녕하세요. 저희는 주식회사 어쩌고 저쩌고라고 합니다. 통화가능하세요?"

"어디시라고요?"

"어쩌고 저쩌고 라는 회사인데요. 저희가 세미나를 진행하고 있어요."


보통의 영업하는 목소리는 오버스럽게 목소리를 변형하는 편인데, 이 목소리는 덜 변조된 데다가 어딘가 모르게 사근사근하였다. 업무와 관련한 세미나 얘기인가 싶어 귀를 쫑긋 세웠다. 그런데 듣다 보니 업무와는 무관한 부동산이나 재테크 관련 세미나를 진행한다는 영업성 전화였다.


대부분 이런 전화가 오면 '네 바빠서요'라며 바로 전화를 끊었다. 하지만 '부동산'이라는 단어에 솔깃하였다. 부동산에 관심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다만 최근에 어떤 분이 돈 안 되는 삼국지 게임 땅 점령은 그만 때려치우고 돈 되는 부동산에 관심 좀 가지라는 잔소리를 하셨기에 단지 무늬만 관심이라도 보이고 싶었던 것이다.


이런 전화는 뻔하지 않은가. 세미나에 오라고 하고선 분명 그들은 솔깃한 정보를 흘리는 척 투자를 유도할 것이며 그 돈은 고스란히 그들의 주머니로 홀라당 들어가지 않겠나.


그래서 상담원에게 적당한 방어를 시전 하였다. 모아둔 것도 없거니와 세미나 참석은 하지 않을 거라고 말이다. 상담원 역시 그런 건 상관없고 세미나 일정이 되면 전화 한번 드려도 되겠냐는 상당히 단순한 조건을 제사하였다. 그러니까 이 직원은 전화할 목록만 하나 추가하면 되는 거였다. 어차피 전화내용이야 뻔하디 뻔한 내용일 게 뻔했지만 일단은 서로 간 보는 선에서 합의를 보았다.


통화를 끝내고 보니 그새 15분이란 시간이 지나가 있었다. 별 것도 아닌 내용이 15분이나 통화를 한 데에는 그녀가 내 목소리를 30대 후반 같다고 치켜세워준 것도, 그녀의 말투가 재밌었던 것도, 그녀의 목소리가 사근사근했던 것도 한몫했지만 그녀와의 티키타카가 너무 잘 맞았던 탓이 컸다. 그녀도 바로 끊어버리는 사람들만 만나다가 오랜만에 티키타카가 잘 되는 사람을 만나니 업무 스트레스를 풀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아니다. 그게 그녀의 업무였기 때문이겠지.


그리고 그녀가 그랬다. 주식으로 재미 좀 봤다고. 다음에 통화가 다시 된다면 어디에 넣었는지 반드시 물어봐야겠다. 그리고 거기는 넣지 말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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