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바둥바둥거리길
동생은 수강을 해야 한다면 급히 집을 나섰고 바로 뒤를 따라 나갔다. 집을 나서니 자전거가 대기하고 있었다. 동생이 먼저 질주를 하기 시작하였고 그 뒤를 따라 속력을 내었다. 길은 오르락 내리락이 심한 2차선이었는데 희한하게도 자전거의 속도가 엄청났으며 이상할 정도로 힘이 들지 않았다.
목적지 근처에 다다르자 동생은 마치 광고나 영화에서 본 것 같이 자전거를 내팽개치고 울타리를 가뿐히 뛰어넘었다. '동생놈아, 좀 기다려라.'를 외치며 울타리를 넘으려는데. '응? 왜 두 다리가 울타리에 걸렸지?' 뛰어넘다 그대로 울타리에 대롱대롱 걸렸다. 두 손을 뻗어 울타리를 잡고 상체를 일으키려고 안간힘을 썼는데도 그저 바둥거릴 뿐이었다. 한참을 끙끙거리다 그렇게 잠에서 깨고 말았다.
현실에 복귀하고 나서야 실소를 터트렸다. 없는 동생은 누군지도 모르겠고, 심지어 자전거는 탈 줄도 모른다. 살다 보면 자전거를 못 타는 사람도 있다는 걸 알아야 한다. 현실성이 전혀 없는 설정이었는데도 왜 꿈인지 모르고 그렇게 바둥거렸을까. 한참 꿈을 꾸고 있다가도 뭔가에 쫓기거나 안간힘을 쓰고 있노라면 꼭 그 타이밍에 잠을 깨는 마법이 펼쳐진다.
정확히 언제였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아마도 십 년도 훨씬 지난 어느 때였던 것 같다. 그때 한 때 잠깐 동안 꿈을 인지하던 때가 있었다. 꿈속에서 꿈을 인지하는 순간 신의 영역에 머물게 되는 경험을 맛보게 된다. 꿈인 걸 알게 되니 두려울 게 없었다. 아무리 착하게 살려고 하는 사람도 절대능력을 가지게 되면 탐욕이 많아진다는 걸 겪어 보았다. 물론 꿈속에서 일 뿐이지만. 대리만족일 뿐이었지만 소시민에게는 그 능력은 탐욕스러운 능력이었다. 하지만 바쁘게 살다 보니 꿈꾸는 일이 줄어들었고 그 능력은 금세 사라지고 말았다.
그때의 절대능력을 다시 소환하고 싶어 져서 꿈을 인지하는 세뇌를 걸어보았다. '자, 외우는 거야. 안간힘을 쓰는 일이 생기면 무조건 이건 꿈인 거야.'라고 말이다.
그랬더니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그 뒤로 꿈에서 안간힘을 쓰는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 계속 뭔가 평화로운 꿈만 꾸다 잠에서 깬다. 꿈이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너무도 평안하다. 현실에서 '부들부들'할 일들은 여전히 많은데 왜 꿈은 그리도 박애주의적이란 말인가. 꿈은 의지와 반대인 건가? 어쩌면 이 평화가 안간힘을 쓰고 싶은 희망을 꿈꾸는 상태와는 전혀 다른 부들부들 인 상태인지도 모르겠다.
간절히 소망한다. 꿈에서 제발 바둥바둥거리길. 그러려면 거북이나 바퀴벌레로 출연해야 하는 건 아니겠지?
(꿈을 제어하는 사람도 있다는 얘기를 들어본 것도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