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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각하는냥 Mar 07. 2023

탄산의 반항끼

폭력으로 다스리면 뒤끝은 따라오기 마련이다

탄산음료를 구매하였다.

350ml짜리 플라스틱 병에 있는 씨그램 2병.


탄산음료라 예민하기 때문에 폭주할까 싶어

되도록 살금살금 움직였건만

뚜껑 따자 화산같이 폭발하니 외마디 비명이 절로 나왔다.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된 가운데

옷까지 젖으니 뇌정지는 덤이다.

'띠용 띠용'

다행히 당분이 없어 끈적이지 않았다는 건 다행이랄까.


예민한 얘들은 이래서 건드리는 게 아니다.

그래도 이 녀석의 뒤끝은 깔끔하다.


귀가하여 늦은 시간 영화 감상한답시고 남은 하나를 집어 들었다.


혹시나 또 터질까 봐

살살 아주 살살 돌렸다.

거품이 슬슬 슬슬 모이기 시작하더니 수위가 이내 높아졌다.

안 되겠다.

이 녀석은 혼을 좀 내야겠다.

뚜껑을 닫고 거꾸로 뒤집어 녀석의 궁둥이를 툭툭 때렸다.

이제 말귀를 좀 알아 들었으려나?


다시 살살 살살 돌려 보았다.

여전히 녀석은 생기발랄하게 -치익- 소리를 내며 

금세 수위가 높아졌다.

아직 혼이 덜 난 모양이구나.

다시 뒤집어 녀석의 궁둥이를 툭툭 때려주었다.

이제 좀 순해졌겠지?


녀석은 반항하기를 포기한 듯

뚜껑을 돌리는 동안 너무도 너무도 순둥 순둥 하였다.


'벌컥벌컥, 아. 시원하다.'


서너 모금 마시고 나서 녀석을 키보드 옆에 세워두었다.

문득 입이 심심하여 간식거리가 떠올랐다.

키보드를 눌러 화면 정지를 시키고 자리에서 일어서려는데

키보드 옆에 두었던 음료와 아주 잠깐 부드러운 터치가 있었다.

거짓말 하나 안 보태고 옷깃에 스치는 정도의 터치였을 뿐이었다.


그런데 힘없이 푹.

녀석의 할리우드 액션이 가히 예술이었다.

이 녀석, 자해공갈단인가?


쓰러진 녀석은 보라는 듯 거침없이 몸 안의 물을 책상 위에 뿜어내고 있었다.


뒤끝작렬이다.

You win!


당연한 결과를 어쩌랴.

폭력으로 다스리면

뒤끝은 따라오기 마련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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