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생각하는냥 Mar 09. 2023

뜬금과 냉혹의 온도 차

늴리리야 니나노

지난 일요일 꿈 얘기다.


건장한 남자들의 코끼리 코가 덜렁거린다.

남사스러움에 당황하였다.


뜬금없이 당황스러운 장면이 연출되면

충격이 너무 세서 앞의 기억이 삭제되곤 한다.


전날 모임에서 드라마 얘기 하다

오랜만에 소환된 미드 '스파르타쿠스'때문에

소환된 것 같다.

나만 보는 컴퓨터에서의 노출이 아니라

모두가 볼 수 있는 TV에서의 노출은

아직도 적응이 안 된다.


또다시 뜬금없이 씬이 바뀌었다.

이번엔 전쟁터다.


배경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러우전쟁)이다.

총알과 폭탄의 흔적이 도시 곳곳에 남아 있었다.


그런데 전쟁터가 어딘가 익숙한 곳이었다.

고향인 내륙의 지방소도시를 기반으로 그려져 있었는데

전에 없던 건물들과 심지어 바다를 낀 부두까지.

이젠 하다 하다 게임'심시티'를 소환한 것인가?


도시는 러시아령, 우크라이나령, 그리고 한국령으로 분할되어 있었다. '이건 좀 신박한데?'


러우 전쟁으로 인해

한국령의 건물들만이 건재할 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령의 건물들은

전투로 인해 폐허 상태였다.


그런 와중에 묘령의 여인과 신혼살림 중이었는데

길 건너의 전쟁을 지켜보며 전황을 살피고 있었다.

아무리 전쟁터가 주무대라지만

그래도 신혼인데 불행하게도

아름다운 밤은 없었다.

그런데 왜 설정이 신혼인지는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그림의 떡' 설정은 꿈속에서

가장 흔히 던져주는 고문방법 중의 하나라서

그렇게 이해하면 될 것 같다.


바다를 낀 부두는 러시아령이었다.


이른 새벽 우크라니아의 수많은 낙하 부대가

부두를 급습하여 점령하는 데 성공하였다.

그로 인해 러시아는 패퇴하여 후퇴를 할 수밖에 없었고

이내 인근의 총성이 잠잠해졌다.


그때 문득 아내와 함께

우크라이나에 의해 점령된 지역으로

잠시 정찰을 나섰다.

왜 하필 거기를 갔는지는 모른다.


정찰을 마치고

한국령으로 다시 돌아오는데

갑자기 쫓아갈 수 없을 정도로

아내가 먼저 앞서가는 게 아닌가.

분주하게 뒤를 따르는데

아내와의 사이에 갑자기 백곰이 나타났다.

이 뜬금없는 백곰은 '빼꼼'인가?


아내를 쫓는 백곰,

그리고 막아야만 하는 '나'.

그때부터 안간힘을 쓰며 질주가 시작되었다.

돌멩이를 던지고

고함을 질러도 보았지만

백곰의 진로를 바꿀 수는 없었다.


그 순간

어디선가 누군가 나타나

백곰 앞에 먹을 거를 던져주자

그제야 백곰은 질주를 멈추었다.


부랴부랴 아내를 다시 쫓아가다가

그렇게 꿈에서 깨었다.


그리고 자기 전 틀어놓았던 컴퓨터에서는

러우전쟁에 대한 뉴스가 유튜브를 통해

한 시간 넘게 흘러나오고 있었다.


한 시간 넘게 정신교육을 받고 있었으니

러우전쟁에 관한 꿈을 꿀 수밖에 없었으리라.


그렇다고 한다면

꿈속에 나왔던 아내와 백곰의 존재는

뭐가 나왔을지도 모를 유튜브의 '중간광고'때문이었을까?


러우전쟁이 발발한 지 1년이 넘었지만

전쟁의 끝은 보이지가 않는다.


뉴스에 의하면

러시아, 우크라이나 두 나라의 통치자들이

각각 대선을 앞두고 있는 상황이라

이 상태로의 종전이 힘들 거라고 한다.


그 와중에 미국만 신났다.

비싼 가스를 전 세계에 팔아먹고 있으니

바이든만 '늴리리야 니나노'.


꿈은 뜬금없는 사건들로 정신을 혼란하게 만들고

현실은 냉혹한 사건들로 혼란하게 만든다.



작가의 이전글 탄산의 반항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